“날씨가 추워지면 술집들 매출과 함께 우리 매출도 올랐는데 이제는 택도 없어요”해남 읍내 A 주류업체 사장의 푸념이 얼어붙은 경기를 말해 준다. 겨울이 되면 기온이 떨어져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 술집 매상이 오른다는 통념이 있다. 자연스럽게 주류업체의 매출도 덩달아 오르던 현상이 그동안의 흐름이었다. 겨울이 되면서 매출은 조금 올랐지만 예년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르다.A 주류업체 사장은 “미치겠다”는 말로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A 사장은 “이러다 괜찮아 지겠지 했던 것이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났다”며 계속 되는 불황으로
이어지는 불황으로 지역경제의 곳곳에 빨간불이 켜진 곳이 한 두 분야가 아니다. 특히 지역 상권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센터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장사가 안 되는 주된 원인은 해남 경기의 어려움 때문이다. A 자동차 정비소 대표는 “해남 경제는 농·어업이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데 농·어업 경기가 좋지 않아 해남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농어민들이 돈을 써야 자영업자들도 지출을 하게 되는데 농어민들이 어렵다 보니 해남 경기 전체가 불황인 것”이라고 현 상황을 말했다. 문내 B 카센터 대표는 농어민들이 돈이 아까
한 때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 가정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자동차. 해남의 자동차 시장도 경기의 영향을 받아 위축돼 있는 상태였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도 경기의 영향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엔 중·대형차를 구매해 안전과 함께 외형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으나 나만의 개성, 경제성, 효율성을 따지는 소비패턴의 변화로 소형차와 디젤 차량의 소비가 늘고 있다.통상 연말은 계절적 요인으로 야외활동이 줄어드는 데다 연식 문제로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에 쉽사리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신차 비수기로 불린다. 해남은 농업지역이다 보니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감히 비교할 수 없으나 내 마음도 세월호 사고 이후 까맣게 타들어갔었다"해남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 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의 어려움을 이같이 이야기했다.그 때를 생각하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 진다는 A 씨는 “여행사는 1~3월은 비수기이고 대부분 봄과 가을에 손님이 몰린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 앉아 대부분의 예약이 취소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그 후로도 소비자가 60%이상 줄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해마다 4~6월에 50곳이 넘는 곳에서 예약을 했지만
“저기 앉아있는 직원 월급이나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컴퓨터 장사한지 20년째인데 IMF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읍내 한 컴퓨터 매장 대표는 너무도 안 좋은 컴퓨터 시장 경기를 이처럼 표현했다. 인터넷활성화, 인구수감소, 경쟁업체 증가,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해남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해남 컴퓨터 시장 상황은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침체돼 있다. 예전엔 한 달에 적게는 열 몇대 많게는 수 십대 나가던 완제품 판매량이 요즘은 한자리수가 겨우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읍내 컴퓨터 매장 업주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는
해남 인력소개소들이 불법 인력 업체들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속칭 봉고라고 불리는 이들은 무허가로 일자리를 알선하고 소개료를 받는 방법으로 하루벌이를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요즘은 간판집하고 꽃집만 빼고 잘되는 곳이 어디 있나?”A 인력소개소 대표의 푸념 섞인 농담이 요즘 경기를 말해준다. 불경기에 가게들이 쉽게 문을 닫고 새로 생기다보니 간판 집과 꽃집만 잘된다는 말이다. 농담 같은 이 소리가 그만큼 사업장을 이끌어가고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업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인력시장의 경기는 건설시
지난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으로 인해 휴대폰 매장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단통법 시행 후 휴대폰 판매점의 매출 급감으로 요즈음 개점휴업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단통법 시행으로 인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공짜폰, 최저가 판매라는 말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판매점들은 공짜폰, 최저가를 내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지난 9월까지는 각 통신사의 정책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하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상한제가 도입됨에 따라 어느 통신사나 단말기 가격이 동일하다. 현재 휴
“추석 대목 지난 후부터 한우 가격이 올라서 지금은 괜찮아요. 2~3년 전부터 가격이 좋지 않았고 올해 세월호 사건 이후 한우소비가 급감해 힘들었는데 조금 나아졌어요. 하지만 가격 변동이 심해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한우농가가 오랜만에 웃음꽃을 띄고 있다. 추석을 맞아 오름세를 탄 한우 가격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지난 11일 해남 우시장 경매 낙찰 가격을 살펴보면 암송아지 261~120만원(평균가 191여만원), 수송아지 309~185만원(평균가 261여만원)에 거래됐다.임신우는 412~240만원(평균가 314여만원)이었다. 비육소의
고도리 소형농기계점들의 입구와 가게 내부에는 농기계와 각종 부품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주인을 기다리며 가게 한 편을 차지하고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먼지만 쌓여가는 상황이다.소형 농기계상의 손님들은 농민들이다 보니 면 지역 농민들이 자주 찾는 고도리에 상가가 밀집된 형태다. 하지만 최근에는 5일시장이 열려도 소형농기계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거의 없어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농업용수용 펌프 모터·예초기·살분무기·발아기·작업기·소형 적재함·파종기 등이 소형 농기계에 포함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농기계를 갖춘 농민들이
호화로움의 정점에 서있는 업종인 금은방. 20여년 전 해남의 금은방들은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금은방의 수가 20여개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금은방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호황이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1/3수준 이하로 급감했기 때문이다.35년 동안 금은방을 운영 중인 모 업주는 “예전엔 금은방들 경기가 꽤 좋았어요. 해남뿐만 아니라 인근 강진·진도·완도에서 오는 손님들로 북적였을 정도죠”라며 옛 금은방의 모습을 회상했다.30여년 전 업주가 기억하는 24k 순금 1돈(3.75g)의 가격은 4~5만원 선. 물가 수
“가요, 가. 얘기해줄 심적 여유도 없어. 문을 열면 뭐해요, 손님 한 명 찾아보기도 힘든데….” 읍내 중소 가구점들도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황의 그늘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가구점을 운영한지 8년째라는 모 업주는 “5년 전부터 계속 내리막길인 것 같다”며 “손님들이 방문하는 수도 줄어드는데다가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빈도는 확 낮아졌다. 전체 매출은 50%정도로 감소했다”고 말했다.가구는 소비재 성격이 강해 경기 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또 예전에는 가구를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만 구매해요. 그런데 필요한 물건이면서도 가능하면 저렴한 물건을 찾죠. 그래서 천냥마트니 1000원샵이니 이런 말에 끌리는거에요”요즘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한 푼이 아쉬울수록 손님 입장에서는 1000원, 2000천원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간판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덕분에 저렴한 가격대로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생활마트에 방문하는 손님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생활마트를 10년간 운영했다는 모 업주는 “매출은 해년마다 오르지만 순이익은 지난해나 올해나 큰 차
“현재 해남의 부동산은 호황기다. 인근 지역과 비교해 주거·주택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수요가 넘쳐 부동산을 찾는 분들이 많다. 서울에도 사무실이 있는데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일이 바쁘다”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부동산업계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갑작스레 폭등한 주거·주택 가격 상승과 넘치는 수요 때문이다.현재 읍내 ㅎ아파트의 경우 34평이 1억 7~80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고, ㄷ아파트도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초기 분양가에 비해 4000~5000만원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초기 분양가
MTB(산악용 자전거) 등의 레저용 자전거를 주로 판매하는 모 가게는 자전거 장비를 구매하러 온 사람들로 떠들썩하다.업주는 “올해 경기가 침체된 편이지만 우리 가게의 매출은 오히려 조금 늘었다”며 “해남에 자전거 동호회가 늘고, 아마추어 대회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레저용 자전거는 몇 십만원대부터 몇 백만원까지, 대체로 10만~20만 원대의 생활용 자전거에 비해 고가의 가격으로 판매된다.하지만 최근에는 자전거를 레저문화의 일환으로 보고, 투자할 가치가 있는 운동으로 여기는 사
김밥, 떡볶이, 순대, 튀김….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음식인 분식. 여전히 가격은 저렴하지만 분식집을 찾는 손님들은 예전 같지 않다.매일시장에서 40년간 분식집을 해왔다는 74세의 모 할머니. 채소장사를 하다 힘들어 단순한 먹거리를 팔아보자는 생각에 분식집을 시작했다. 포장마차처럼 시작한 작은 분식집이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자리를 잡지 못해 벌금도 많이 물었다.하지만 매일시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때여서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가게를 열고 닫으며 분식집을 운영해 지금의 자리를 잡게
한 홉, 한 되, 한 말. 이제는 낯설어진 단위들을 아직도 사용하는 곳이 있다. 바로 쌀집이다. 1kg, 10kg 등으로 나누어 판매하는 요즘 세상에서 찾기 힘든 모습이다. 손때 묻은 됫박들이 세월을 거스른 듯한 착각까지 준다.매일시장 중앙쌀집의 김순자(75)할머니는 쌀 장사만 40여년을 넘게 해왔다. 강진이 고향인 할머니는 해남이 강진보다 쌀 한되에 5원이 비싸다는 말에 매일 쌀 1~2가마를 지고 해남에 나와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고운 각시’라는 소리를 듣던 때였다.돈이 없었던 할머니는 외상으로 쌀 가마니를 가져와 노점
“광고는 타 업종이 잘 돼야 함께 살아나는 업종인데 최근에는 침체기라 할 수 있죠. 일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지만, 간판이나 현수막만 해서는 벌이가 힘들어요”간판과 현수막 등의 옥외광고물을 제작하는 광고업계는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라고 답했다.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간판과, 상가 및 각종 단체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현수막의 경우 꾸준히 주문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에는 간판과 현수막만으로는 매출 유지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간판과 현수막 제작을 도시에서 제
“뉴스 안 봐요? 출산율 꼴찌라고 매번 난리잖아요. 가뜩이나 젊은 사람도 없는 시골은 오죽하겠어요?”불황을 모른다던 키즈산업의 자신감이 해남에는 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부터 5세까지의 용품을 판매한다는 모 업주는 23년 동안 유아복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벌이가 좋아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처음 시작했던 1991년도에는 장사 제법 잘 됐죠.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있긴 했어. 하지만 지금은 장사가 어렵지. 손자들 하나씩 사준다고 가끔 들르는 사람들 아니면 손님 없어요”유아복뿐만 아니라 내복, 신발부터
해남읍 내 전문브랜드샵 화장품가게 전망은 밝은 가운데,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한꺼번에 취급하는 화장품가게 경기는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모 브랜드샵 업주는 “운영한 지 4년차인데 매출은 꾸준한 편이다”며 “이 업계는 화장품을 덜 바르게 되는 여름이 비수기이고, 보습에 신경 쓰는 겨울이 성수기다. 하지만 매출이 큰 폭으로 차이가 나진 않는다”고 밝혔다.또 다른 가게 역시 “호황이었던 지난 2011년, 2012년에 비하면 매출이 줄어든 편이지만 크게 경기를 타고 있진 않다”며 “경기 불황이라 어렵다는 곳들이 많지만 매출은 유지하고
리어카 하루종일 끌어도 1만원 남짓 “요즘은 오토바이나 차 타고 폐지나 고물 줍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 같은 사람은 많이 못 주워”평동리에 산다는 모 할머니(77)는 폐지를 주우러 다닌 지 3년차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을 빼곤 매일 5시간씩 폐지를 줍는다. 리어카가 없어 고물상에서 빌린 리어카를 끌고 나온다.도로 구석을 살피던 할머니가 한 상가 앞에서 리어카를 세우고 다가간다. 상가에서 내놓은 박스를 담으려는 것이다.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박스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박스에 고인 물 때문에 벌레가 나오고 악취가 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