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인력소개소들이 불법 인력 업체들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속칭 봉고라고 불리는 이들은 무허가로 일자리를 알선하고 소개료를 받는 방법으로 하루벌이를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

“요즘은 간판집하고 꽃집만 빼고 잘되는 곳이 어디 있나?”

A 인력소개소 대표의 푸념 섞인 농담이 요즘 경기를 말해준다. 불경기에 가게들이 쉽게 문을 닫고 새로 생기다보니 간판 집과 꽃집만 잘된다는 말이다. 농담 같은 이 소리가 그만큼 사업장을 이끌어가고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업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인력시장의 경기는 건설시장 침체로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한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기술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남으로 내려와 건설기술 일용직들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발주를 받은 기업들은 기술자들을 팀으로 꾸려 내려오기 때문에 건설기술자들이 갈 곳이 적다. 또한, 농어촌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읍내 B 인력소개소는 하루에 20여명 오던 일용직 근로자들이 요즘은 10여명밖에 찾지 않는다며 그마저도 일을 못 구해 2~3명씩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다고 한다.

A 인력소개소 대표는 “예전에는 근로자들 열심히 하면 1~2만원이라도 더 챙겨달라는 부탁을 고용주들에 웃으며 했다.”며 “요즘은 그런 농담조차 눈치 보일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현재 경기를 설명했다.

일용직근로자 정모(56)씨는 “예전에는 건설 현장에 가면 안전화부터 각반까지 안전장비를 전부 구입해줬다.”며 “요즘은 겨우 안전화 정도나 준비해 줄 정도로 경기가 나쁘다”고 말했다.

건설시장 뿐만 아니라 농촌 경기도 인력시장 불황에 한몫하고 있다. 요즘 나오는 고구마를 제외하면 배추, 무, 대파 등의 가격이 전혀 형성돼있지 않고 밭을 찾는 상인을 구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때문에 수확을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어 일자리가 줄고 있다.

해남인력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법업자들의 난립과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의 무분별한 유입이다. C 인력소개소 대표는 “지금 해남 농촌에서 영업하는 불법 업자들이 수십 명이 넘는다.”며 “이들이 인건비를 낮춰 노동력을 제공하다 보니 일자리가 많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승합차를 이용해 작업반을 조직하여 농민들에게 불법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속칭 ‘봉고’는 임금을 기존 인력소개소보다 낮게 책정하여 영업을 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C 인력소개소 대표는 “일자리가 급한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당장 먹고 살 길이 급한 일용직 근로자들은 조금 적은 돈을 받더라도 일을 하고 싶고 농부들은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일손을 구하고 싶어 불법적인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며 “하지만 결국 봉고업자만 배불리는 꼴이다. 농부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그에 맞는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없고 근로자들은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불법영업으로 어려움
관계부처 대응 필요

또 다른 문제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현재 해남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해남으로 시집온 친인척을 방문한다는 구시로 방문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한 뒤 체류기간이 지나도 돌아가지 않고 머무는 등의 방식으로 불법으로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50여명까지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리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암암리에 존재하지만 관계당국은 손을 쓰지 않고 있다.

외국인을 관리하는 업자들은 외국인들로부터 개인당 4~5만원의 과다한 수수료를 챙겨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점에서 단속이 없다면 앞으로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영업을 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D 인력소개소 대표는 “단속이 힘들다면 자발적인 신고를 받아 소재파악 등의 신원관리라도 돼야 하는데 그냥 방치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난 산이에서 일어났던 칼부림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인력소개소 대표들은 봉고나 불법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근절 할 수 없다면 관리체계라도 갖추길 원했다. 봉고영업주와 외국인 노동자 고용주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통해서 인명부라도 만들게 되면 인력시장의 폐해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인력사무소 대표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일용직 근로자들의 안전이다. 사무실에서 관리되는 인력소개소와는 달리 소재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불법업체들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사고가 일어날 경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량 사고가 난다던지 임금 체불이나 착취를 당할 경우 이들은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A 인력사무소 대표는 인력사무소를 이렇게 정의했다. “인력사무소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산재문제 등의 피해를 막아주는 방패막이다. 때론, 임금체불 등에 관한 문제가 닥쳤을 때 근로자를 대신해 업주와 싸워주는 창이기도 하다.”

갈수록 농어촌의 일손은 부족하다고 하는데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할 곳이 없다.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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