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훤에게 쫓기던 왕건이 꿈을 꾸었다. “지금 강을 건너 가거라.”불어난 강물로 도강(渡江)의 고민에 빠진 왕건은 피로가 겹쳐 깜박 잠이 들었던 것이었다. 잠에서 깬 왕건은 꿈에 생생한 백발노인의 말이 생각나 나가보니 강물은 빠져 여울이 되어 있었다.이에 무사하 강을 건넌 왕건 군은 견훤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해서 ‘꿈 몽(夢)’, ‘여울 탄(灘)’. ‘몽탄’이라는 땅 이름을 얻게 됐다. 그리고 견훤의 군대를 물리친 장소는 ‘파군교(破軍橋)’로 남았다.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왕건과 견훤. 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는 우리땅 곳곳에 남아
위장질환과 피부병을 다스리기 위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옻나무를 사용했다. 맑은 물이 샘솟는 약수터에 옻나무를 심어두고 그 뿌리에서 흘러나오는 진액을 이용해 질병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여러 의학서에 발견된다. 충북괴산과 남원흥부마을, 경기도 연천군은 위장질환에 큰 효험을 봤다는 옻샘으로 이름난 지역이다. 해남에는 삼산면 상가리 마을 우물에 무려 200년 넘은 참 옻나무 보호수가 있는데, 이곳이 유서 깊은 구룡목재의 ‘가재골 옻샘’이다. 위장병과 피부질환의 특효약으로 ‘참옻샘’은 만들어졌다.일반적으로 우물가에 옻나무가 식재된 지역을 ‘옻
연리지(連理枝)란 맞닿아 연이어진 가지를 이르는 말이다.뿌리가 서로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맞닿아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연리지는 원래는 하늘까지 이어진 지극한 효성을 상징했으나 지금은 남녀 간의 사랑 혹은 진한 부부애를 비유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연리지의 가치를 활용한 대전 중구의 뿌리공원 지난 2월 대전 중구에서는 나무 하나를 옮겨 심기위해 이틀간 온 도심이 들썩였다.80년 수령의 느티나무 연리지를 효 테마파크인 뿌리공원에 옮겨심기 위한 과정 때문이었다.중구 공무원들은 연리지의 주인으로 부터 나무의 기증의사를 접수 받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사람들의 가슴은 먹먹해진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했던가! 사람들은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바쁜 농사철이면 한국 사람들은 제일 먼저 고향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한다. 고향의 어머니, 산새소리, 들꽃향기를 떠올리며 향수에 젖어 있을 무렵이면 산천에 지천으로 핀 찔레꽃 향기가 그윽하다.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해마다 6월이면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은 고향 땅을 갈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미어져 내릴 만큼 아리다. 그 아픔은 평생 동안 지속되어 기약 없는 날만 하
목련하면 생각나는 것이 많다. 해마다 봄이 되면 학교마다 교정에 하얀색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커다란 순백의 꽃은 생기로운 신록을 대신해 지루한 4월의 봄기운 속에서도 고고한 자태를 선보였다. 따스한 봄기운에 합장하듯 봉긋한 꽃망울이 피어오르면 시와 가곡, 가요를 통해 목련은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봄 햇살에 꽃구름처럼 목련은 피고국내 최초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은 목련 산지로 유명하다. 설립자 민병갈선생이 살아 생전에 전세계 모든 종류의 목련을 식재했는데, 2년 전 겨울 처음 가 본 그곳에서 특별한 목련을 보았다. 겨울
매화에 관심을 갖다 우연한 기회에 영남대 양도영교수와 조우하게 되었다. 양교수는 경남 청송에서 대규모 토종 매화숲을 조성 중이며 토종매화에 대해 연구 등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매화 이야기로 인연은 더욱 깊어졌다. 양교수는 전국의 고매(古梅)를 찾아 찾아다니며 매화와 관련된 인물을 연구 중이다.중국과도 오랫동안 교류하면서 매화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매우(梅友)라 부르며 인연을 키워 나가고 있다고 했다.해남지역의 고매(古梅)에 대해서 물었더니 몇군데 지목해 주었으나 아쉽게도 고명한 선비가 많았던
옥천면 흑천마을 앞에는 흡사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의 자태를 뽐내는 흑룡 소나무가 서있다. 지난 2012년 언론에 소개된 이후로 관심을 받게 된 이 소나무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여러 형태를 띤다. 눈 내리면 먹이 줍는 학의 모습으로 서 있다가도 바람 불면 금방이라도 가지를 치켜세우고 날아오를 것 같은 흑룡의 모습으로 시선을 끄는 모습이 신비하고도 경이롭다.흑룡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원래 이곳에는 오래된 수령의 소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군수물자 조달로 인해 많은
대흥사에 달이 내려 앉았다. 대흥사 침계루 법고, 정월 대보름 달 마냥 둥글고 밝다.천년고찰 대흥사 달을 두드려 세상만물을 깨우고 많은 이들의 염원을 싣는다.
천연기념물 제201-2호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큰고니가 26일 화산면 연화지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에는 주변에 월동추 등 먹이가 풍부해 근래 들어 가장 많은 30여 마리가 찾아 월동하고 있다.
갈대밭 사이로 세차게 눈보라 날리는 겨울이다. 먹이 찾아 나서는 물 닭 가족들의 종종걸음이 생기로운 아침. 들녘 한 가운데 겨울의 흔적들만 쌓여있다. 빛바랜 사진처럼 하얗게 얼어붙은 세상, 그래도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지.
보리밭을 지나면 한숨짓던 친구모습 눈앞에 선하다. 숨 막히게 살았던 도시생활 청산하고 이제 막 재미 붙여 살아보려는데, 쌀값 폭락에 날씨마저 짓궂다며 누렇게 떠있는 보리밭 떠올리며 한숨짓던 그 모습 눈앞에 아른거린다. 연 날리기, 보리밟기, 논둑길 태우며 놀았던 행복했던 시절 사라지고, 골 깊은 둑길에 앉아 담배 연기만 허공에 날리던 그 모습 떠오른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기운이 지속되자 산 아래 마을은 딴 세상이다. 밤새 바람은 숲속에 기대어 수줍은 동백꽃 붉게 물들였을까. 산 꿩 울음도 사라지고 없는 미암산. 칠흑 같은 밤이 지나자 자욱한 안개 너머로 여명의 불빛들이 은은하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노을 진 풍경을 바라본다. 언덕위에 빈가지 되어 서있는 나목(裸木)들.바람 불어오면 그대로 비바람 맞고 눈보라 치는 날엔 차디찬 겨울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자유와 안식을 주는 나무는 모든 것을 스스로 껴안아 높이 뻗어 하늘 향하고, 깊이 뿌리박아 세상을 움켜쥐었다.
찬바람 부는 갯마을에 가면 뽀얀 속살 드러낸 우윳빛 생굴이 향긋하다. 언제든 풍성했던 바다. 찰진 갯벌 바윗돌에 붙은 석화는 올해도 탱탱한 바다 향을 머금고 있을까. 해마다 겨울이면 북일면 내동마을은 굴까는 사람들의 조새질로 분주하다.
시베리아 벌판 지나서 찾아오는 것이 반갑기만 한데, 내가 아는 건 고작해야 천연기념물이라는 것 뿐. 절제된 몸짓 담백한 선율 그으며 날아오르네. 단단한 긴 부리와 연약한 듯 곧게 뻗은 긴 목, 우아하고 날렵한 몸매는 빼어난 품계. 수와 복을 상징하는 너로 인해 사람들은 학춤을 추지. 자유로운 영혼, 오늘처럼 유유히 창공을 가르면 내 마음 자유를 입어 가벼이 날아오르네.
우리도 나무처럼 볼 수 없는 곳에 둥근 원을 긋고 살았겠지. 가슴 깊은 곳에 희망의 금을 긋고, 사랑의 금도 긋고, 곰삭은 아픔도 좁은 가슴에 새기며 살았겠지. 오늘 짚고 넘어온 세월의 둥근 금을 세다가 혹, 나이 탓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공원을 산책하다 어우러진 나무들의 행렬이 패턴을 이루는 데크길에 앉아 여러 상념에 젖는다. (노태웅님의 시 ‘나이테’를 인용함)
까마득한 옛날 바닷길 열리던 모래톱. 우두머리 집단들 공동체 이루어 ‘검덕골’되었네. 이곳은 신성한 땅. 마을 돌담길에도, 집 마당에도, 논밭에도 고인돌은 수천 년을 사람들과 함께 했었네. 연화지(蓮花池) 수면위로 아득해진 하늘 내려올 때, 들녘에는 도란도란 비밀스런 이야기가 앉아있었네.
흔들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성난 파도 삼킬 듯 밀려와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세상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일. 요동치듯 마음속에 풍랑이 일 때면 “파도 높음, 파도 높음”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의 아우성이 찾아올지라도 굳건한 바윗돌 되어 흔들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산사(山寺)처럼 고즈넉한 마을 어귀에 추색이 깊다. 혼자서 걷는 거리. 이따금씩 개 짓는 소리 정적을 깨운다. 빗소리에 깨어나는 만추의 풍경 한 자락 가슴에 품는 아침. 가로등 불빛 하나둘 사라지고나면 스산한 바람 안개 속에 머물러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햇살 대신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밝히면 푸조나무 아래 한밤의 가을은 고요하다. 상서로운 숲 서림. 공원의 벤치위에 쌓이는 나뭇잎 사이로 소슬바람처럼 불어오는 세월이 고목(古木)되어 서있다. 나무들 떨켜를 만들어 어느덧 가을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가.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 가지를 흔들면 발아래서 들리는 소리, “사그락” ▸떨켜(離層) - 잎, 꽃, 과실 등이 각 기관의 이층에서 분리되는 현상 또는 분리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