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안 봐요? 출산율 꼴찌라고 매번 난리잖아요. 가뜩이나 젊은 사람도 없는 시골은 오죽하겠어요?”

불황을 모른다던 키즈산업의 자신감이 해남에는 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부터 5세까지의 용품을 판매한다는 모 업주는 23년 동안 유아복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벌이가 좋아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처음 시작했던 1991년도에는 장사 제법 잘 됐죠.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있긴 했어. 하지만 지금은 장사가 어렵지. 손자들 하나씩 사준다고 가끔 들르는 사람들 아니면 손님 없어요”

유아복뿐만 아니라 내복, 신발부터 젖병, 유모차, 유아용세제 등 각종 물품들을 모두 구비해놓고 있지만 매장에서 구매하는 손님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다른 유아복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업주는 “운영한 지 10년 됐는데 10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반토막도 안 돼요. 젊은 부부 있다고 해도 출산용품이나 아이들 옷은 도시로 나가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가장 큰 영향은 역시 출산율 저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불과 1.18명으로 OECD국가 중 꼴찌다. 다행히 해남의 경우에는 지난 2012년 합계출산율 2.47명을 달성해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매년 군에서 신생아 양육지원금,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 등 출산장려정책을 펼쳐오고 있어서다.

하지만 업주들은 해남의 출산율이 높더라도 출산을 해남에서 하지 않고 목포나 광주에서 원정출산하기 때문에 해남 내 유아복 매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군의 출산장려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 주소를 해남으로 기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남에는 산후조리원이 없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을 함께 이용하려는 부부는 도시의 산부인과로 빠져나간다. 출산 후에는 산부인과 근처나 산부인과와 연계된 곳에서 저렴하게 출산용품을 구매하다 보니 해남에서 구매하는 출산용품이나 유아용품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전에 비해 교통수준이 발달하다 보니 인근 목포나 광주로 빠져나간다는 분석이다. 좋은 옷을 사주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거나, 혹은 저렴하고 품목이 다양한 아울렛 등에서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에도 유아복이나 유아용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다른 쇼핑도 할 겸 도시로 발걸음을 옮기는 상황이다.

인터넷 구매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젊은 부부들은 원하는 품목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매장보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김 모(28)씨는 “아기를 낳고 나면 기저귀며 예방접종 등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다보니 아낄 수 있는 건 아끼려고 해요”라며 “선물로 들어오는 걸 많이 사용하고, 집에서 막 입히는 옷은 물려받거나 인터넷에서 중고로 구매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또 “아기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데 물가는 무섭고,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니 최대한 아끼게 돼요”라고 밝혔다.

아동복 가게도 한산한 건 마찬가지다. 3세부터 12세까지의 옷을 취급한다는 모 업주는 “계절이 바뀔 때는 손님들이 오는 편이고 평소에는 손님이 많지 않다. 특히 요즘은 해남의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는 걸 몸으로 느낀다”며 “해남읍 손님보다는 송지, 완도 등에서 주로 온다. 읍 손님이나 진도, 화원 등은 목포나 광주로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도 “매출을 유지하긴 해도 그냥저냥 밥 먹고 사는 정도이지 돈을 많이 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시에는 프리미엄 아동복이며 비싼 브랜드의 옷만 골라 입히는 부모도 있지만 해남같은 농촌에서는 그런 경우가 적다는 것이다. 손자들의 옷을 선물해주려는 노인들도 농산물 가격에 따라서 방문하는 빈도가 달라진다고 답했다.

9세부터 17세까지의 아동·청소년복을 판매하는 모 업주도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가 있다”며 “아동복 폐업하고 성인복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성인복을 하다 아동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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