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타 업종이 잘 돼야 함께 살아나는 업종인데 최근에는 침체기라 할 수 있죠. 일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지만, 간판이나 현수막만 해서는 벌이가 힘들어요”

간판과 현수막 등의 옥외광고물을 제작하는 광고업계는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라고 답했다.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간판과, 상가 및 각종 단체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현수막의 경우 꾸준히 주문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간판과 현수막만으로는 매출 유지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간판과 현수막 제작을 도시에서 제작해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며 “매출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안내판, 각종 인쇄물, 박스작업 등 다양한 광고물들을 의뢰받아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도시에 의뢰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경쟁업체가 지역 내에서 전국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또 10년 전에 비해 1인 체제 광고업체나 인쇄물 제작 대행업체가 2~3배 가량 늘어나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품목에서 주문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 광고업계 업주는 “간판과 현수막의 경우 5년 전 가격과 거의 동일하다. 동결된 셈이다”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업계 특성상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 옥외광고협회 입장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현재 모 업체의 현수막 가격은 6만원과 게시비 매달 1만원. 간판은 크기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지만 10년 전 가격과 비교 해봐도 단가는 1~2만원 가량 올랐을 뿐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교통과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도시 업체에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게 되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해남 내 상가들의 경기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경기가 좋으면 경쟁심리 때문에 현수막이나 인쇄물 등 광고를 많이 내는 편이지만, 경기가 불황일 경우 광고비 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주문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지만 경기가 어렵다보니 수금이 원활하지 않다”며 “광고물 제작비용은 오르지 않았지만 상가 매출이 줄어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늘어난 편이다”고 답했다.

모 업체는 “간판들을 만들다 보면 어떤 업종이 늘어났는지 대강 알 수 있다”며 “몇 년 사이 음식점들이 많이 늘었는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면 음식점처럼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업계의 개업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음식점의 경우 50대·60대 여성의 창업비율이 늘어난 것 같다고 답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문을 여는 소규모 식당이 많아졌다는 의견이다. 인력사무소의 증가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늘어난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남에 개업한 상가들이 모두 광고업계의 매출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해남에 개업한 상가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인 경우가 많은데, 본사에서 지정한 광고사와 연계해 간판을 제작해 가져오다보니 해남 내 광고업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아웃도어 등의 의류매장은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기 때문에 상가 개업수가 많아도 업계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간판 자체의 유행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소비자들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모 업주는 “예전에는 원색적이고 큰 글씨의 간판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가게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고 외부 건물과 어우러지는 간판 디자인이 인기다”며 “소비자들의 디자인 감각이 다양해지면서 간판이나 현수막 등의 옥외광고물뿐만 아니라 박스 디자인 등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로 고구마나 절임배추 등을 판매할 때, 각 업체마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박스 주문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한다는 인식에서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 마케팅이 해남 전반에도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타 업종 경기에 영향을 받고 있으나,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품목의 광고물을 제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상가들에게 꼭 필요한 업종이기 때문에 매출이 상승하진 않아도 현상유지는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모 업주는 “경기가 활성화 돼 다른 업종들이 살아나길 바라고 있다”며 “침체기에도 새로운 광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광고업계에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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