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떡볶이, 순대, 튀김….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음식인 분식. 여전히 가격은 저렴하지만 분식집을 찾는 손님들은 예전 같지 않다.

매일시장에서 40년간 분식집을 해왔다는 74세의 모 할머니. 채소장사를 하다 힘들어 단순한 먹거리를 팔아보자는 생각에 분식집을 시작했다. 포장마차처럼 시작한 작은 분식집이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자리를 잡지 못해 벌금도 많이 물었다.

하지만 매일시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때여서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가게를 열고 닫으며 분식집을 운영해 지금의 자리를 잡게 됐다.

“그때는 장사를 참말로 쎄가 빠지도록 했제. 사람이 어찌나 많은가 밥 먹을라고 물 끓이다가도 손님이 많이 온께 주전자 많이 태워 먹었어야. 5형제 키우고 가르쳤을 정도니 장사 잘 됐던 거야 말할 것도 없어”

하지만 요즘 경기가 어떻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손님이 하도 없어 누워서 낮잠까지 잘 정도라는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매일시장에 사람이 줄기 시작하면서 분식집을 찾는 손님들도 뜸해졌다. 장사가 잘 될 땐 아침 일찍 나와 준비를 서둘렀지만 지금은 10시쯤 느긋하게 나와도 손님이 없다.

“분식집도 예전에는 경기 타냐고 물어도 뭐 이런데에 경기가 있겠냐 했었제. 근데 요즘은 아녀. 경기를 타. 저짝 터미널은 좀 된다 하드만, 여기는 손님이 아예 없네 없어"”

또 다른 매일시장 분식집 업주도 마찬가지였다. 분식집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되었다는 업주는 시작할 때보다 사람이 더 없다며 울상이다. 마수걸이를 1시 넘어서 할 때도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마트나 슈퍼가 늘어나고, 다양한 먹거리가 판매되면서 손님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이 시장 속 분식집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시장 분식집이 저렴하게 한 끼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시장까지 오지 않더라도 손쉽게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장을 찾는 젊은 학생들은 거의 없고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이 주를 이룬다. 시장이 침체되면서 분식집을 찾는 손님의 폭이 좁아진 것도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교 근처의 분식집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남서초 근처의 모 분식집 업주는 “운영한 지 3년 됐는데 첫 해 매출에 비해 20~30%정도 떨어졌다. 아이들에서부터 경기 어려운 걸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방학이라 더 장사가 안 돼 하루 매출이 5000원일 때도 있을 정도다. 업주는 문을 닫을 수는 없어 열어놓고는 있지만 이 상태로는 생활이 힘들어 저녁에는 식당에서 5시간동안 알바를 한다고 답했다.

또 “학교 근처 장사는 학기중에 바짝 벌고 방학때는 그걸로 버텨야 하는데 요즘은 학기중에도 장사가 안 된다”며 “하루에도 텅 빈 가게에서 수십 번씩 장사를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의 모 분식집 업주는 “근처에 학원들이 있어 방학이지만 근근이 버는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프랜차이즈 분식집도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광주은행 사거리 모 프랜차이즈 분식집은 “가게 자리가 좋아 장사가 잘 됐는데 요즘은 경기가 땅바닥에 붙어있는 수준이다”며 “읍내 프랜차이즈 분식집 수도 훌쩍 늘어나 동종업계의 손님 나눠먹기 식이다”고 말했다.

현재 읍내 프랜차이즈 분식집 수는 7곳. 그 외 튀김집이나 다른 분식집들과 매일시장 분식집을 포함하면 20여 곳을 훌쩍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

운영한지 5년 된 이 분식집의 매출은 5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매출이 매년 조금씩 줄어들기는 했지만 올해처럼 뚝 떨어진 건 처음이라고 답했다.

구교리의 모 분식집 업주는 “손님들은 어느 정도 오긴 하지만 음식 단가가 싸 이익이 많이 안 남는다. 음식이 비싸봐야 5000원 선이기 때문에 분식장사는 결국 박리다매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새벽 5시 30분부터 문을 열어도 인건비나 건질 정도다. 가족끼리 장사해야 그나마 낫지 사람을 여러명 써서 장사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분식집 업주는 “음식 메뉴가 많아 힘들지만 가장 접근하기 쉬운 프랜차이즈 사업이라 시작하게 됐다. 매출이 많지는 않아도 부부 인건비는 건질 정도라서 앞으로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분식집의 특성상 손님 수가 매출과 정비례하지만, 해남의 인구는 점점 줄고 공장이나 큰 기업이 없어 사람을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없어 앞으로의 전망은 썩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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