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리 소형농기계점들의 입구와 가게 내부에는 농기계와 각종 부품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주인을 기다리며 가게 한 편을 차지하고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먼지만 쌓여가는 상황이다.

소형 농기계상의 손님들은 농민들이다 보니 면 지역 농민들이 자주 찾는 고도리에 상가가 밀집된 형태다. 하지만 최근에는 5일시장이 열려도 소형농기계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거의 없어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농업용수용 펌프 모터·예초기·살분무기·발아기·작업기·소형 적재함·파종기 등이 소형 농기계에 포함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농기계를 갖춘 농민들이 많아 포화상태이고, 새로 구입하는 손님들이 적어 가게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농업용수용 펌프 모터 판매점을 20여년 동안 지켜왔다는 모 업주는 “예전에는 농업용수용품이 잘 나갔죠. 공장이나 가정용도 더러 팔렸고요. 그때는 논에 경지정리도 계속 이루어질 때여서 논에 물을 대려고 펌프를 구입하는 손님이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농업용수용 펌프 가격은 1마력 25만원, 0.5마력 14만원이지만 새로 구입하는 손님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은 수리를 맡기러 온 손님들이라는 입장이다.

또다른 업주는 “14년동안 가게를 운영했지만 작년 이맘때부터 갑작스럽게 손님들이 줄어들면서 재고만 쌓여가고 있다”며 “돈 회전은 되지 않고 창고에 재고는 가득 쌓여 있으니 가게를 처리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소형농기계점의 경기악화는 농산물가격 하락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이 농민들이기 때문에 농가 소득이 높아야 농기계를 새로 구입하러 오는데,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다보니 손님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농사 면적을 줄이거나 임대 주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건강 악화로 노동력이 저하될수록 농기계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비용을 절약하려 한다는 것이다.

농기계 수리점부터 시작해 가게를 확장시켜 왔다는 모 업주는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지금 세대까지는 버틴다고 해도 다음 세대에는 더욱 힘들어질거란 판단 때문이다.

업주는 “뭐니뭐니해도 농산물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농민들은 농약값도 아끼려고 최대한 쓰지 않으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기계를 새로 구입할 여유가 없다”며 주변의 농민들 중 밭작물 계약 잔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 판매되는 농기계들은 농사를 새로 시작하는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쓰던 농기계가 마모되거나 망가졌을 때 교환하는 것 뿐이다”며 “매출은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순이익이 떨어지다 보니 다른 품목들을 들여와 점유율을 늘려 매출만 유지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앞으로 농가수가 더 줄어들고 농업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농사짓는 방식부터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규모 농사 형태 대신 대형화된 농업형태가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규모 농업 형태는 사람이 소형 농기계를 사용하지만, 대형화될 경우 한 번에 넓은 면적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기계들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모 업주는 “간척지만 봐도 소형 펌프는 필요 없다. 개발하면서 농업용수 수리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에서 대형 펌프로 끌어올린 물이 농수로에 유입되고, 개폐기가 있기 때문에 양수기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농업 기반시설이 개선되고 있어 소형농기계가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주들은 올해 배추값도 예측하기 힘들어 믿을 수 있는 것은 쌀 뿐이지만 그나마도 수입개방 때문에 걱정이 크다. 소형농기계점은 농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업이기 때문에 농촌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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