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사 흑룡의 형태를 띤 흑천리 소나무는 원래 한쌍의 나무가 나란히 심어진 부부송 이었다.
옥천면 흑천마을 앞에는 흡사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의 자태를 뽐내는 흑룡 소나무가 서있다. 지난 2012년 언론에 소개된 이후로 관심을 받게 된 이 소나무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여러 형태를 띤다.

눈 내리면 먹이 줍는 학의 모습으로 서 있다가도 바람 불면 금방이라도 가지를 치켜세우고 날아오를 것 같은 흑룡의 모습으로 시선을 끄는 모습이 신비하고도 경이롭다.

흑룡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원래 이곳에는 오래된 수령의 소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군수물자 조달로 인해 많은 양의 송진을 채취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육중한 해송의 풍모를 자랑하는 나무는 다른 어떤 소나무보다 송진의 양이 많아 흑천리 사람들은 배당된 할당량을 쉽게 채울 정도로 나무의 덕을 보았다.

이후, 여러 격동의 세월을 무사히 견디는가 싶더니 어느 해 쇠약해진 몸을 이기지 못하고 풍채 좋았던 소나무 하나가 쓰러져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어찌할 바 몰라 망연자실 바라만 보았던 상황인데, 잿등 너머에 사는 옹기장이가 몇 날에 걸쳐 톱으로 잘라다가 가마에 불을 지피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은 그날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고맙고도 친근했던 나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정성으로 음식을 장만해 홀로된 소나무 앞에 모여 마을의 안녕과 친목을 도모한다.

흑천마을은 오래전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이었다.

뱃줄을 묶었던 입석이 아직 곳곳에 남아있고, 고인돌과 조개무덤의 흔적들이 발견되어서 학계에서 비상한 관심도 보였다.

마을 앞에서 들녘을 바라보면 마산 북창을 거쳐 고깃배가 드나들었던 풍경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날이 궂은 때면 바닷바람 소리를 품고 하늘을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위세로 주작산 자락을 향해 가지를 뻗어 올린다.

흑천(黑泉)이라는 지명은 물 사정이 좋지 못해 뒷산에 있는 샘물을 식수로 사용한데서 유래됐고 마을 동편, 봉덕산에서 여덟 개의 암봉(巖峰)인 팔마봉이 이어져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옥천 흑천마을 흑룡의 형상을 띠고 있는 소나무는 수고 20m, 둘레 3,35m 크기로 2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난 1982년 해남군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명품소나무로서 부족함이 없는 자태로 마을의 자랑거리다.

<주변에 하나둘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나무들을 볼 때면 나무뿐 아니라 그 나무가 품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도 같이 사라지게 되어 아쉽다. 나무는 오랜 시간 사람과 이웃하며 함께 살아가기에 더욱 친근하고 편안한 존재인 것 같다. 요즘 숲 가꾸는 전남 만들기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숲과 자연을 통해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전남도의 백년계획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이야기를 지면에 소개하려고 한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숲이 주는 아늑함이 바쁜 일상에서의 삶에 잠시 휴식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저작권자 © 해남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