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하면 생각나는 것이 많다. 해마다 봄이 되면 학교마다 교정에 하얀색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커다란 순백의 꽃은 생기로운 신록을 대신해 지루한 4월의 봄기운 속에서도 고고한 자태를 선보였다. 따스한 봄기운에 합장하듯 봉긋한 꽃망울이 피어오르면 시와 가곡, 가요를 통해 목련은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봄 햇살에 꽃구름처럼 목련은 피고

국내 최초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은 목련 산지로 유명하다. 설립자 민병갈선생이 살아 생전에 전세계 모든 종류의 목련을 식재했는데, 2년 전 겨울 처음 가 본 그곳에서 특별한 목련을 보았다.

겨울에도 피는 목련꽃이었다. 목련은 봄 뿐 아니라 여름, 가을에도 꽃을 피우고 종류도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연구원들은 세계 120여 종의 목련을 약 400여 종으로 새롭게 개발해, 지금 1600여 그루가 천리포수목원에서 계절 따라 각양각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목련과 나의 인연은 참 오래됐다. 2003년 중국 천진에 살았을 때 종종 북경을 왕래했는데,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목련나무를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해마다 4월이면 북경 대각사(大覺寺)는 목련축제를 연다. 청(淸)조 건륭제때 심은 대각사 목련은 300여년 세월을 견디며 목련의 왕으로 등록되었고, 대각사 목련은 중국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요즘 다시 목련을 찾다보니 진도군 임회면 석교리 석교초등학교에는 국내 최고 수령의 목련나무가 있었다. 100여 년 된 목련은 당산나무처럼 키가 커 보는 내내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1920년 낙학(落鶴)이란 석교초등학교 근무자가 식재해 지금은 전남도의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그런가하면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산목련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나라꽃이 되기도 했다. 일반 목련이 산골에 심어졌다고 해서 혹자는 산목련이라 부르지만 엄연히 산목련은 따로 있다. 산목련은 함박꽃나무라 불리며 우리주변의 울창한 숲 지대에서 6~7월이면 함박웃음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닭골재 농장의 목련은 풍성하고 탐스럽다

해남에도 오래된 목련나무가 하나 있다. 어느 날 도로가에서 한눈에 반해버린 그 나무. 봄에 그 꽃을 보러 가는 것도 벌써 12년째다.

남창~월송간 구도로를 지나다 보면 우측 산 아래로 커다란 목련나무가 서있다. 하얀꽃이 솜사탕처럼 피어난 목련은 마치 잘 다듬어 놓은 생명나무의 자태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북평면 닭골재농장 축사근처에 있는 이 목련은 밑둥 지름이 80cm이고 높이는 10m 정도로 매달린 꽃만도 수만 송이다. 수령은 약 70~80년으로 보고 있다.

북평면 주민들은 아마 전국에서 제일 큰 목련나무일 것이라며 모두가 탐내는 이 나무는 북평면의 자랑거리라고 말한다.

닭골재는 닭벼슬 같은 바위가 동네 뒷산에 솟아있어서 지명이 생겨났고 두륜산과 달마산을 잇는 구간이다. 닭골재농장은 박장택씨가 운영한지 30년 됐고, 이곳에 터를 잡기 훨씬 이전부터 목련이 있었다고 한다.

해마다 봄이 되어 하얀 목련과 마주할 때면 흘러간 옛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그러면 홀연히 왔다가 지나가는 봄처럼 떠나간 첫사랑이 생각나고, 점점 시들어가는 꽃잎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하지만 닭골재농장의 목련은 풍성하고 탐스러워서 그 꽃그늘 아래서 노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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