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가에 쭈그리고 앉은 아낙네들을 쉽게 볼 수 있던 시절. 평평한 돌에 빨랫감을 얹고 나무 방망이로 팡팡 두드려 빨래하던 모습은 흔한 광경이었다.현산 덕흥리에서는 아직도 할머니들이 빨래하러 개울가로 나온다. 마을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천은 두륜산에서 내려오는 물인데, 송사리와 다슬기가 가득한 깨끗한 물이다.이성례(82)할머니는 “빨랫감이 많으면 세탁기를 쓴디, 적으믄 그냥 손빨래 하제. 물이 깨끗해서 때가 쏙 빠지는 것 같어”라며 연신 빨래 방망이를 휘두른다. ‘텅텅텅~’ 빨랫감을 노랫가락처럼 두들기는 박자감이 환상적이다. 이제
제19회 해남군 여성주간 행사와 한마음 체육대회가 개최됐다.여성주간을 맞아 지난 8일 우슬체육관에서 개최된 제19회 해남군 여성주간 행사와 한마음 체육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꿈꾸는 여성, 행복한 해남’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SBS 김종현 리포터가 사회를 맡았으며 박철환 군수, 명현관 도의회의장, 각 농협 조합장과 읍면 여성지도자 및 여성단체 회원 등 6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이날 식전행사에는 풍물, 난타공연과 웃음박사 김영식 교수의 특강이 준비돼 행사 시작 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1부 기념식에서는 윤현
83년 평생을 산골짜기 집에서 살아온 김학애(83)할머니. 현산 덕흥리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태어났던 집을 지금까지도 지켜오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길도 놓이고 마을 안길도 깨끗하게 닦이면서 살기 좋아졌지만, 할머니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꿈꿀 수 없는 풍경이었다.김할머니는 세 자매 중 첫째로 자랐다. 위로 다른 형제 한 명이 있었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의사에게 진찰받기도 힘들었고, 위생이 좋지 않아 돌림병이 돌면 흔하게 죽곤 했다. 괜히 백일, 돌을 챙긴 게 아니란다.어릴 적 부모님은 논 다섯
송지 어란리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던 청년 박주정(54)이장. 그가 어란 청년회장을 맡다가 이장이 된 지도 벌써 6년째다. 49살에 처음 이장을 하게 됐으니 농촌에서 보기 힘든 젊은 이장이었다. 게다가 어란리 이장의 임기는 1년. 6번째 이장을 맡을 정도로 마을일에 열정적이다.어란리에 들어서면 짭쪼롬한 바다 냄새가 풍기고 마을 곳곳에 놓인 부표와 그물, 밧줄 등이 곳곳에 보인다. 김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부유한 마을다운 풍경이다.“어란리가 다른 마을보다 소득도 뛰어나지만 면적도 넓고 주민 수도 월등하게 많아요. 해
리어카 하루종일 끌어도 1만원 남짓 “요즘은 오토바이나 차 타고 폐지나 고물 줍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 같은 사람은 많이 못 주워”평동리에 산다는 모 할머니(77)는 폐지를 주우러 다닌 지 3년차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을 빼곤 매일 5시간씩 폐지를 줍는다. 리어카가 없어 고물상에서 빌린 리어카를 끌고 나온다.도로 구석을 살피던 할머니가 한 상가 앞에서 리어카를 세우고 다가간다. 상가에서 내놓은 박스를 담으려는 것이다.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박스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박스에 고인 물 때문에 벌레가 나오고 악취가 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해남노인종합복지관(관장 민경완) 스포츠댄스 땅끝사랑팀이 국민생활체육전국스포츠댄스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거머쥐었다.지난달 29일 개최된 2014 목포시장배 국민생활체육전국스포츠댄스대회에 해남노인종합복지관 스포츠댄스팀인 땅끝사랑이 그랜드시니어부에 출전해 목포, 진도 등 총 8개 팀과 경합을 갖고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땅끝사랑팀은 총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씩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가하며 실력을 쌓아오고 있다.땅끝사랑 박인복 회장은 “작년에 이어 대상수상을 하게 돼 실력을 인정받아 뿌듯하다”며 “스포츠댄
전남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이향순(67)씨가 한복부문 은메달을 수상했다.지난 6월 25~27일간 열린 전남장애인기능경기대회 한복부문에서 이향순씨가 영예로운 은메달을 수상했다.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게 돼 오른쪽 다리에 장애를 입은 이씨. 그녀는 어릴 적부터 한복을 좋아해 기술을 배우게 됐다. 풀을 빳빳하게 먹인 한복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란다.지난 1981년 서울에서 한복학원을 다니면서 체계적으로 전문 기술을 익히고, 지금은 남외리에서 주단가게를 운영하고 있다.이씨는 지난 2001년 처음 기능경기대회에 출전을 시작해 꾸준히 대회에 참
“처음엔 여러워서 좌판 펴놓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제”마산 학의리 윤복례(73)할머니가 오일장에 나와 마늘 한 포대와 죽순을 내놓고 붉은콩을 까고 있다. 옥천 팔산리의 5남 1녀로 귀하게 자란 윤할머니. 아주 큰 부잣집은 아니었지만 빚은 안 지고 살았던지라 기와집에서 살았단다. 명절때면 빨간 속치마와 명주 남색치마에 색동저고리를 입었을 정도로 고운 옷 입고 컸다.학교는 국민학교 2학년까지밖에 다니지 못했다. 농사일에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막내동생을 대신 업어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1년 다니다 못 다니고, 1년 다
고도리 오일장 주차장으로 향하는 골목길. 길에 들어서면 방치된 쓰레기가 사람들을 반긴다. 배출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나무 책장과 서랍장들이 아무렇게나 분해된 채 나뒹굴고 있다.버려진 지 한참 되었는지 책장 안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버린 각종 캔과 종이컵, 담배갑, 심지어 달걀껍질까지 발견됐다. 시장에서 사용한 듯한 마대자루는 보물찾기를 하듯 곳곳에서 발견된다.사람들은 잠깐의 편함과 조그마한 이득을 위해 쓰레기를 불법투기한다. 하지만 방치된 쓰레기는 더 많은 쓰레기를 부른다. 쓰레기가 무차별하게 버려진 곳을 ‘쓰레기 버려도 되는 곳’으
지역아동센터가 전하는 따뜻한 세상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보통 4시쯤 돌아오는데, 맞벌이 하는 부모들은 7시 넘어서 들어오니 그때까지 아이들이 할 게 없어요. 이 아이들이 잠시나마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세상에 여러 길이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되고 싶었죠”마산면 신기리 새터 지역아동센터(센터장 박순규)는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지난 1999년 맞벌이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으로 시작한 새터 지역아동센터. 많은 책을 접하기 힘든 면지역 아이들을
친환경 김으로 유명한 황산 산소리에는 정성자(60)이장의 야문 손길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올해 4년차 여성이장을 맡고 있는 정이장은 이리봐도 저리봐도 푸근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장일을 할 때 만큼은 여장부로 변신한다.꽃다운 27살, 무안에서 해남으로 시집왔다는 정이장은 산소리에 뿌리를 내린지 33년차다. 남편과 함께 김양식과 농사를 하며 살다보니 산소리는 어느덧 고향 무안보다 더 고향같은 곳이 됐다.정이장은 마을에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마을도
“생태와 문화는 별개가 아닙니다. 어촌에 가면 바다 환경에 접해 있어 이와 관련된 문화가 나타나고, 산골에는 산골 나름의 문화가 있죠. 생태와 문화는 하나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생태문화학교라는 이름을 선택했지요”현산면 구시리 폐교를 임대해 운영되고 있는 생태문화학교. 이 학교는 자연사랑메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삼(49)씨와 동료들이 아이들을 위한 생태 교육을 구상하면서 지난 2003년 문을 열게 됐다.박회장은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갯벌과 산을 누비며 다녔던 기억들 덕에 자연 속에서
택배요금은 제자리, 인건비·기름값은 올라 “택배 상자 쌓여있는 거 보고 택배업은 할 만 하구나 하는데, 막상 정산해보면 남는 게 없어요”택배업을 한지 10년이 넘었다는 모 업주는 최근 고민이 많다. 택배 단가가 맞지 않아서다. “물량으로만 보면 택배물량은 많이 늘었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업체도 늘어나고 물량 확보 싸움을 하면서 단가는 오히려 낮아졌다”며 “인건비도 기름값도 오르다보니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순 이익은 훨씬 줄었다”고 답했다.이 곳에서 받는 택배요금은 10kg에 4000원 선. 업주는 같은 중량이라도 우체국 택배는 10
송지 땅끝마을에 멸치 말리는 짭쪼롬한 냄새가 가득하다.땅끝마을에서 멸치잡이를 나서는 집은 모두 여섯 집이다. 5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멸치 잡이를 나선다.현재 나오는 햇멸치는 볶은멸치 기준 1kg 2만8000원~2만3000원이며 1.5kg 4만원~3만5000원이다.송지 신혜자(62)할머니는 멸치를 삶아낸 지 21년차다. 팔팔 끓는 물에 싱싱한 멸치를 넣고, 멸치가 하얘지면서 뒤집어지면 잽싸게 건져내 말린다.날씨가 좋으면 바닥에 펴놓고 말리지만 흐린 날에는 건조장을 이용한다. 햇볕에 말리면 1~2시간이면 다 마른단다.잘 말린 멸치
40년을 바다에서 살아온 북일 내동리 김향초(62)할머니. 내동리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어릴적 읍으로 넘어가 17살까지 살았던지라 바닷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19살이 되던 해 중매가 들어왔다. 남편의 고모님과 김할머니 부모님이 자리를 만들었던건데, 잴 것 없이 그대로 결혼했다. 남편은 같은 내동리 주민이었지만 얼굴도 몰랐다. 없는 살림이었던지라 냉수 떠놓고 결혼했고, 마을 사람들에게 국수만 대접했다.시집 올 때 스테인리스 거울과 이불 한 채 겨우 해왔다. 그래도 신혼은 꽤 알콩달콩했다. 보릿고개 때 보리밭에서 둘이 손 잡는다는 소문이
송지 통호리 마을 입구에 누가 버렸는지 모를 불법투기 쓰레기가 뒤엉켜 있다. 일회용 접시에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인 쓰레기봉투는 찢어진 채 날벌레들로 새카맣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술병들과 함께 악취를 풍기고 있다.종량제 봉투를 사용한 쓰레기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비료포대, 마대자루 등 어떤 쓰레기가 들어있는지 구분도 되지 않는다. 전기밥솥부터 전기장판까지 스티로품과 뒤엉킨 채 방치돼 있다.곧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휴가철이 시작된다. 해남의 깨끗한 이미지를 위해 각 면에서도 불법투기 쓰레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5일장 근방을 따라 쭉 이어지는 상가권 덕에 북적북적한 해남읍 고도리. 올해 고도리에서 읍내 최초의 여성이장이 탄생했다. 37년동안 고도리에 애정을 갖고 살아온 이금순(63)이장이다.황산면 외입리가 고향인 그녀는 지난 1969년 결혼과 동시에 해남읍으로 이사를 왔다. 처음에는 남동리에 터를 잡고 월 3500원 세를 들어 살았더란다. 그러다 평동리를 거치고 고도리에 정착해 삶의 터전을 꾸렸다.일하기를 좋아하는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고도리 반장을 17년, 부녀회장을 8년간 해왔다. 마을일을 하다 보니 일을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긴단다.
잘그락 잘그락. 북일 내동리 할머니들이 바지락 캐는 소리가 울려퍼진다.지난 26일 내동리 앞바다가 시끌벅적하다. 107명의 할머니들이 함께 모여 바지락을 캐는 날이기 때문이다.내동리 바지락캐기는 각 호마다 1명씩 나와 작업하고, 친족 이외에는 작업이 금지돼 있다. 바지락을 보호하기 위해 캘 수 있는 무게는 10~15kg로 정해져 있다.물때를 기다리며 모래밭에 앉아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는 할머니들을 보면 시장에 나와 있는 듯한 정겨운 느낌이다.하지만 바지락 캐기가 시작되면 즐겁게 웃고 떠들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없이 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손님이 30%정도밖에 안 와. 여름 휴가철 기다리면서 버티고 있는 거지”식당과 민박을 운영한 지 10년차라는 모 업주는 세월호 사건 이후 관광객 방문이 반토막났다고 답했다. 세월호 사건 직후에는 파리만 날릴 정도였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지만 상권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는 것이다.업주가 운영하는 민박시설의 객실은 총 17개. 성수기철은 평일에도 늘 만실이었지만 올해는 만실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고, 현재는 민박 손님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또다른 민박 업주는 “장사 한지 10년인데 민박 손
“몸은 불편해도 직접 뜨개질해서 작품도 만들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게 기쁨이죠”해남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지웅)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여성 장애인들의 수다스러운 교실이 열린다. ‘꽃피는 여성교실’ 뜨개질 수업이다.대바늘을 잡고 한 땀 한 땀 능수능란하게 손을 놀린다. 바늘로 실을 휘감아 이리 넣고 저리 빼니 어느 샌가 촘촘한 모양이 잡힌다. 슥슥 뜨개질을 해나가는 속도를 보니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니다.사회재활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뜨개질 수업은 손발이 불편한 13명의 지체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뜨개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