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가 전하는 따뜻한 세상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보통 4시쯤 돌아오는데, 맞벌이 하는 부모들은 7시 넘어서 들어오니 그때까지 아이들이 할 게 없어요. 이 아이들이 잠시나마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세상에 여러 길이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되고 싶었죠”

마산면 신기리 새터 지역아동센터(센터장 박순규)는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1999년 맞벌이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으로 시작한 새터 지역아동센터. 많은 책을 접하기 힘든 면지역 아이들을 위해 2000여권의 책을 모아 문고로 등록도 했었다.

문고에 오던 아이들이 책을 거의 다 읽고 졸업했을 정도로 시골에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없을 때였다.

아이들을 위해 여러 면지역에서 공부방이 생기기 시작했고, 서로 예산이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기에 해남공부방연합회를 만들었다. 서울공부방연합회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 지원도 받고, 화학캠프 공동사업도 개최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 ‘사랑의 친구들’ 등 복지 재단에 문을 두드려 지원도 요청했단다.

지난 2002년 당시 민간 공부방은 모두 8곳. 새터 지역아동센터에 오는 아이들은 마산면과 해남읍 아이들 30여명 정도였다. 학원 보내기 쉽지 않은 집이 많았고,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 등 아이들 돌봄이 힘든 가정에서 지역아동센터를 많이 찾았다. 아이들이 걸어서 다녀갈 수 없어 교회 차량으로 이동지원도 했었단다.

민간 공부방을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정식으로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지원을 받게 됐다. 월 67만 5000원이었다.

자원봉사를 하던 사람들도 사회복지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고, 센터장과 생활복지사 각 1인 배치가 의무화 됐다. 3년마다 실시하는 조사 준비와 필요한 서류작업을 하는 동시에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준비까지 해야 해 각종 업무가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이 늘어나도 돌봄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1일 8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시장도 보고 프로그램 준비를 하다보면 초과근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터 지역아동센터로 지원되는 1달 금액은 420만원. 여기에서 29명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비용을 의무적으로 20%이상 쓰게 돼 있다. 여기에 각종 공과금과 운영비, 차량유류비 등이 빠져나가다보니 현실적으로 운영이 빠듯하다. 급식비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지원이 나온단다.

공부방 시절부터 새터 지역아동센터 곳곳에 손길을 미치고 있는 김정희 생활복지사는 어려운 환경에도 아이들 돌봄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녀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이사나 전학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최소 5~6년 꾸준히 다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지역아동센터 교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그 과정에서 아이의 장기적인 미래 계획을 돕는단다.

또 다양한 특기개발과 프로그램으로 아이의 장기적인 삶의 계획에 방향성을 제공하고, 아이 스스로 그 과정을 선택 및 극복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단다. 지역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김정희 생활복지사는 “아이들은 학교 끝난 후 지역아동센터로 와서 오후 7시 30분경 집으로 향한다. 매일 몇 시간씩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특기계발, 학습지도뿐만 아니라 상담까지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플롯, POP 등 예술 수업뿐만 아니라 역사문화 탐방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새터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진행, 돌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사업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해남 내 지역아동센터와 인적 자원, 체험장 등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사업이다.

지난 2006년 삼성 꿈장학재단에서 배움터 지원사업에 17개의 공부방에서 함께 공동프로그램을 공모했다. 지역인재를 발굴하고 연결시켜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었다.

지원비 6800만원을 받아 문화예술교육강사와 체험장들을 발굴해 연결해주게 됐고, 강사진이 다양해지면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게 됐다. 문화예술강사와 함께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경주, 안동 등에 역사탐방을 다니기도 한단다. 세 곳 정도이던 체험장도 현재는 10군데로 늘어났다.

“지역아동센터는 가정 형편에 상관 없이 지역의 아이들을 이 지역의 인재로 키우고 사회에 환원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지역의 다양한 틀을 이용해 아이들을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김 씨. 새터 지역아동센터가 가진 운영철학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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