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다가 부족하고 모자랄 때 염려하고 걱정한 적 있습니까? 꼭 해야 되는 일을 스스로 짐짓 포기한 적 있습니까? 혹시 기도로 구한 적은 없습니까?기도하다가 쉽게 구해지지 않아 무슨 소용 있냐고 원망한 적 없습니까? 우리 모두는 대부분 그럽니다 포기하거나, 기도하더라도 이루어질 것인지 의심합니다 술 대신 물을 채우라는 허황한 명령에 당신은 순종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묵묵히 순종하는 마리아 넘치는 포도주의 기적이 바로 순종에 있습니다 베드로의 순종에 그물이 찢어질 듯한 만선의 기쁨이 있고 이스라엘 백성의 순종에 여리고 성이 무너
그의 그림에는 꿈이 있다 힘이 있다자유롭게 사람들이 활보하는 도시의 거리 사소한 끄적거림 같은 친근함이 배어난다 이 평범한 일상을 잊은 지 얼마이던가 개성이 넘치는 탄력 있는 발걸음들 물밀 듯 넘치는 개성 지상의 큰 축복이다 ■시작메모박지오 화백의 군중을 테마로 하는 그림에는 자유로운 개성이 넘칩니다. 100호가 넘는 이 그림을 서너 개 잇대어 대형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축사를 하게 된 개인전시회에서 그 시민들의 역동적인 힘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체임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여의도 40배 크기가 잿더미로 변
갈수록 험한 말이 난무하는 선거막판 십 수만 확진자에 백 명 넘는 사망자 그래도 욕도 못하는 착한 백성 여기 있다혼자 먹는 것이 미안한지 자꾸 곁 눈치 보고 우렁우렁 눈망울엔 그래 그래 한국의 눈물 우직한 네 정직함 맏고 풍진 세상 건너가자 ■시작메모안동에 사시는 창산 김대원 화백의 소 그림은 아주 기품이 있습니다. 순한 한국 소의 모습을 먹의 농담으로 음영까지 잘 살려 세밀하게 잘 보여줍니다. 여물을 먹으면서도 옆을 헤아리는 눈치가 있어 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격조를 흩트리지 않는 은근함도 있습니다. 여물을 먹는 소를 이를 바라보
1.동백꽃에는 우항리 남쪽 바닷가백악기쯤의 큰 새들 울음이 산다바다를 울리고 우주를 울린 큰 울음이/잎잎마다 반짝거린다저 은백에로의 놀라운 투신/햇살은 잎잎마다 죽어초록의 생생한 눈짓으로/찬란하게 다시 태어난다2.동백꽃은 온몸으로 우는 꽃/울다 뚝뚝 떨어져서 다시 우는 꽃/차가운 빗속에서 다시 한 번 피는 꽃/모든 꽃 진 자리 하얀 눈 속에서/하얀 눈을 먹고 붉게붉게 피는 꽃/남도 땅/끄트머리 불새가 날아드는/해남에는 지천으로 피는 꽃/아아 바닷가 돌 위에서 피는 꽃! 3. 아이들이 서로 부등켜안고 있다상처의 가슴들을 둥글게 말아
여자의 마음에는 천 개의 바다가 있다 먼바다에 풍랑일면 근심어린 얼굴로 어만데 눈 팔지 마라 손끝 발 끝 단속하고 따사한 꽃밭 같은 은실난실 날씨에는 목백일홍 짜글한 눈매 은목서 향 날리며 은적골 아재 왔능교 애교 눈짓 재재거리고 ㆍ시작메모ㆍ배현 조각가는 시적 상상력이 뛰어난 조각가입니다. 광주 무등경기장 앞에 있는 조각만 보아도 이점은 충분히 증명이 됩니다. 반드시 경제적인 문제가 따라야하는 돌 조각인데도 진도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에는 배현 조각가의 작품이 세 점이나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현관 좌측 입구에 있습니
숲의 안온하고 넉넉함을 돌에 새겼다정답고도 부드러운 산과 들의 회전 낙화 에코의 온전한 이상을 여기에 담았다 이곳에 편안히 앉아 구름과 마을을 보라코비드 19가 모든 것을 무너 뜨려도 예술은 얼마나 위대한가 덮고 다 치유하는 넉넉한 손 ■시작메모돌로 조각을 했지만 참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앉은 자리에는 코로나를 극복하고자하는 의지를 담은 글귀를 새겼습니다. 서있는 세계의 입상은 나무를 상징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이루어진 치유의 숲입니다. 조각에도 어느덧 에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상아빛과 오석이
1. 명량대첩 남해의 급물살이 부딪혀 우는 울돌목 13척의 판옥선으로 133척 왜선 격침시킨 충무공 세계해전사에 길이 빛날 명량대첩2. 강강술래 목을 빼는 가락 앞에 손을 잡고 뛰는 발길 흥겨움이 하늘 닿아 바다도 달 띄운다 누란의 위기에서도 슬기 모아 닫는 몸짓3. 울돌목 화원반도와 진도사이 좁은 해협 빠른 물살 하나로 살지 못해 외려 그리 사나웠나 뭍과 섬, 물살은 살아 울음으로 화답한다4. 진도대교 태풍이나 해일 오면 서너 날씩 고립되던 땅 이제는 연육으로 집채 파도 끄떡없네 응급한 환자를 싣고 힘든 삶이 이리 가볍네5. 팽목
1. 등굣길논둑 넘어 산길 돌아 읍내까지 이십 리 중학교 가는 길, 꽃과 새도 함께 걷던 길비오면 교복 운동화 다 젖어 미안했지만2. 물놀이 키 잠길 듯 개울 물 속 물놀이 하는 날엔 개헤엄에 숨바꼭질 한나절이 짧은데 볼 붉은 여자 애들은 집에서들 안 나오고3. 은적사선하고 아름다워라 자취 없는 추억 같은 깊숙이 숨어서 밖에서는 안 보이는 절 할머니 으늑한 품속 비자나무 울창한 절4. 은적골내 태어난 곳 이제는 다 없어진 길도 마을도 무너지고 다 지워져서 숲 되고 산이 되었네 원래자리로 돌아갔네5. 외숙모 장흥에 면회갔다 저녁 늦게
1. 갈대숲갈대는 갈대끼리 외로워 몸부빕니다 그 소리 만리(萬里)를 울어 쇠기러기 띄우고 서로가 어우러져서 남도 절경 만듭니다2. 낙조 지는 해가 저리 붉고 아름다운 것은 지상의 애통한 마음 다 헤아린 하늘 선물 듣는 눈 보는 귀 주사 서로 위로하게 하소서3. 천 개의 창고 저절로 윤기 나는 쌀 나오는 게 아닙니다 바다와 바람과 하늘과 햇살들 남도의 선한 기운이 여기 모인 까닭입니다4. 군무 휙 휘어도 틈새 하나 없이 일사불란한 하늘과 땅 하나가 된 장엄한 코러스 계절을 다 풀어놓고도 결이, 흥이 넘칩니다5. 부드러운 능선 세상에
1. 안성 서일농원 장독대에 쌓인 눈 치우지 않아도 사륵사륵 녹는 눈 천 개의 항아리마다 뜨는 천 개의 우주 천 개의 하늘2포물선을 그리며 가볍게 날아오르더니풀밭 통통 튀어 굴러가는 골프공들하늘이 손을 내밀어 살포시 받아준다3. 구례군 산동마을 산수유 여린 싹들 젖몸살을 앓더니 기어코 난리를 쳐놨다 여기요 여깄어, 여깄어요 뾰쪽 뾰쪽 입을 디미는4. 대 평원에 내리는 부신 햇살, 부신 울음 부드러운 능선으로 미끄러지듯 스미는 평화 감미로운 선율 따라 스르르 눈이 감기고 감기고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카나의 인
촛불의 미학* 불은 타오르기 위해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꾸준한 연료의 공급자연의 불이다노력과 인내와 극복이 필요하다속에서 타는 불, 남자의 불이다 자꾸 꺼지려고 하는 불도 있다이 불은 꺼져연기가 되려다말고 되려다 말고변덕을 부린다. 밖으로 나타나는, 여자의 불이다 무서운 것은 자연에 반하는 불자기에게 저항하는 것들을재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이 불에 무언가를 넣으면 금방 타버린다타인을 해치는 위험한 불이다. 그러나 같은 불이면서도촛불은 다르다처음부터 저 혼자 탄다스스로 연료를 마련하여다 닳아질 때가지 혼자 탄다촛불을 보고 사람이
개줄사납게 짖어 물을 수 있는 거리그 안에서는 왕이다맘에 들면 꼬리를 흔들고 반기지만수상한 발길, 적의를 느끼는 순간금세 털을 세워 으르렁거린다. 연줄연을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는 줄하늘과 바람이 잡아당기는 팽팽한 거리연줄이 없으면 더 멀리 높이 날 수 있을까그러나 줄이 없는 연이내 곤두박질친다 날 수가 없다연이 높이 날 수 있는 것은 연줄 때문이다 동앗줄,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잡아 당겨서 가져와야 이긴다온 몸을 다 실어 힘을 써도아주 정직하게 움직이는 줄다리기 줄단단하여 무쇠 같은 줄기생 라합이 달아내린 동앗줄가족의 생명을 살린
1. 삼각형불안한 꿈들이 파편처럼 떠다녔다스물에서 서른 시절 사랑했다 쓸쓸했다꽉 쥐면 핏물 배어도 차마 놓을 수 없던 시(詩) 2. 사각형반듯하게 잘라서 차곡차곡 가지런히책상과 태극기 방과 집, 빌딩과 거리엄연한 불혹의 질서가세상을 지배한다3. 원가장 강한 것은 직선이 아니라 원둥근 것에 수렴된다 여자 지구(地球) 이순(耳順) 하늘골목길 휘파람소리에 자꾸만 목이 멘다.■시작메모지나온 것을 생각해보니 삼각형에서 원입니다. 삼각형은 불안하지만 자유롭고 사각형은 답답하지만 안정적이었습니다. 원은 연약해보이지만 유연하여 탄력적입니다. 삼각
서브는 주는 것이다. 편하게 주고받아야 좋은데 강한 것이 인상적인 시대가 되었다.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의 서브앤 발리는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여성의 우상 사라포바의 서브, 그것을 남성들은 리턴하고 싶어한다서브가 이기는 것의 시작이다 포핸드와 백핸드, 발리와 스매시, 서브 다 중요하지만 시작이 너무 중요하다 바로 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칠고 강해야 살아남는다멋진 서브의 모습이 하나의 리듬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정밀한 흐름이 있다 그립(grip)과 볼 토스(toss),트로피 자세(trophy pose)와 내전(pronation
영하 15도 이 혹한에 맨 바닥에 자는 이들이 있다 신문지로 몸을 가리고 난방도 꺼지는 새벽 시간 지하철도 끊겼다우리보다 더 루마니아 영하 20도까지 내려가 수백 명의 노숙자가 죽는다The Warming Hanger이 노숙자를 위하여 세탁소에서 낸 아이디어 다음 세탁물을 맡길 때 입지 않은 헌 옷을 기부해 달라는 쪽지 이 캠페인에 두 달도 안 되어 25만 명이 참여했다열심히 그림을 그려 판 돈을 선교 헌금으로 냈더니 4월에도 추운 북한 땅 다녀온 목사님 얘기 오후 다섯 시도 안 되어 고아원 방문을 했는데 아이들이 다 자고 있더라는
다시 돌아 왔다 육십갑자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무술년, ‘무’는 땅이나 큰 산, 색으로는 황금색그래서 2018년 무술년은 황금개띠의 해 부자가 된 기분이다보릿고개가 있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수출만이 살길이다 생산과 판매에 열중하다가 개인의 정체성과 욕구를 잃어버린 세대베이비 붐(baby boom)세대 IMF, 유신헌법, 뺑뺑이 고교 평준화 많은 굴곡의 역사를 넘고 넘어기계적인 줄넘기를 하는 사내들* 인간의 불안한 심리가 줄을 따라 넘어간다. 즐길 줄을 모르고 일에 중독이 되어 살아가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1238년 여름
더위가 오고 있다거리는 가마솥 열기, 훅훅 숨이 막힌다 하늘에서는 치열한 전투 중 밀려 올라온 북태평양 고기압과 남하한 오츠크해 고기압 밀고 밀리는 한 치 양보 없는 냉전이 장마를 만들더니 북태평양 고기압이 중국 동북지방까지 밀고 올라갔다 폭염 특보에 열대야가 계속된다 더워서 잠을 깨보면 사위가 후덥지근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폭염이 더 무섭다2003년 8월 유럽을 강타한 폭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8개국에서 7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의 지옥 같은 5일간의 더위에 700여 명이 사
푸생의 그림 여름에는 한 여인이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남편이 죽은 뒤에도 시어머니 나오미를 봉양하기 위해 이삭을 줍던 룻이 밭 주인 보아스의 눈에 드는 장면보리 추수와 겹쳐 짙은 녹음의 들판이다 오른쪽에 그려진 말 다섯 마리는 로마 티투스 개선문에 새겨진 부조물수확의 의미가 담겨있다여름은 초록의 계절 빼곡히 무리 지은 나무들, 구불구불하거나 얽히거나 길게 뻗어 나가는 길들 화사함보다는 마음으로 읽어 오랫동안 들여다 보게 한다 그 사이 싱그러운 과일의 노래가 들리고 숨겨진 길들은 충일하고 숲과 벌판은 혼자서도 충동적이고 용감하
해수면 1000m 해저탄광 막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석탄을 채굴했다 하루 2교대에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병에 걸리고 탄광사고, 영양실조로 122명이 죽어나갔다. 질식사, 압사, 병사 그런데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빛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니 동양에서 최초로 산업국가가 되어 반세기 만에 제철․ 조선기술을 확립했다니 군함도 어디에도 강제동원은 싸악 빼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만용을 부린다 기억하고만 싶은 부분을 기억하는 저 몰염치만주사변에 중일전쟁 기세등등하더니 국가 총동원법을 만들어 강제 징발에 청년들은 전쟁터로, 여자들은
스승은 ㅅ제자는 ㅈ스승은 솟구침이고 제자는 솟는 기운을 막아 아직 ‘솟아’ 나지 못한 존재이다’잦아‘들며, ’잠‘이 들고 ’저지‘당하면 ‘졸(쫄)’게 된다 *스승의 길을 제자들이 본받는다 믿음을 장담하던 베드로가 닭 울기 전 세 번이나 부인했지만 다시 찾아 이끌어 주었다그 힘이 제자를 일어서게 한다 제자니 잘못할 수 있다스승은 그것을 이해한다 그러니 제자는 잘못을 있을 때 눈물로 반성해야한다오늘 우리 교육 현장에 눈물이 살아 있는가눈물을 보이면 스승은 용서한다 직선이지만 곡선에서는 혼자 쓸쓸할 때가 많다 그것이 스승의 길이다‘스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