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굣길

논둑 넘어 산길 돌아 읍내까지 이십 리
중학교 가는 길, 꽃과 새도 함께 걷던 길
비오면 교복 운동화 다 젖어 미안했지만

2. 물놀이
키 잠길 듯 개울 물 속 물놀이 하는 날엔
개헤엄에 숨바꼭질 한나절이 짧은데
볼 붉은 여자 애들은 집에서들 안 나오고

3. 은적사

선하고 아름다워라 자취 없는 추억 같은
깊숙이 숨어서 밖에서는 안 보이는 절
할머니 으늑한 품속 비자나무 울창한 절

4. 은적골

내 태어난 곳 이제는 다 없어진
길도 마을도 무너지고 다 지워져서
숲 되고 산이 되었네 원래자리로 돌아갔네

5. 외숙모
장흥에 면회갔다 저녁 늦게 돌아오신 날
토방에서 말없이 우시던 외숙모
무처럼 개똥참외처럼 섧게 섧게 옥작이시던
■시작메모 :
마산면 장촌리 은적골에서 태어났지요. 은적골은 이제 아무도 살지 않아 수풀만 무성합니다. 원래 모습 숲으로 돌아간 것이지요. 쓸쓸하지만 은적사의 비자나무숲에서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산길을 돌고 돌아 아침재에 서면 눈에 아리던 햇살, 보리밭과 학동을 지나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이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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