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미학*

불은 타오르기 위해

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꾸준한 연료의 공급

자연의 불이다

노력과 인내와 극복이 필요하다

속에서 타는 불, 남자의 불이다

 

자꾸 꺼지려고 하는 불도 있다

이 불은 꺼져

연기가 되려다말고 되려다 말고

변덕을 부린다. 밖으로 나타나는, 여자의 불이다

 

무서운 것은 자연에 반하는 불

자기에게 저항하는 것들을

재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불에 무언가를 넣으면 금방 타버린다

타인을 해치는 위험한 불이다.

 

그러나 같은 불이면서도

촛불은 다르다

처음부터 저 혼자 탄다

스스로 연료를 마련하여

다 닳아질 때가지 혼자 탄다

촛불을 보고 사람이 고독해지는 것은

촛불의 생애가 고독하기 때문이다

 

밤의 몽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상상력과 기억력이 일치되는 곳으로

쉽게 우리를 데려가 버린다

혼자 타면서 혼자 꿈꾸는 것

인간 본래의 모습이다

속 깊은 사람은 언제나

어둡고 추운 마음 한 켠 그 촛불 하나 켜두고 산다

 

*가스통 바슐라르 책 제목, 본문은 『순간의 미학』(영언문화사, 2002) 이가림「바슐라르, 또는 존재의 변증법」참고.

 

■시작메모

불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겨울입니다. 세종병원과 세브란스 화재… 편리함을 주지만 방심하면 늘 문제가 생겨납니다. 그런데도 밖의 날씨가 춥고 힘드니 더욱더 따뜻한 곳이 그립습니다. 가장 추운 곳에서 치러지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음에 촛불 하나 켜고 응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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