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가는 길 이지엽 구림구곡(九林九曲) 아홉 굽이 십리 숲길을 따라 대흥사 가는 길 그 길은 어머니의 젖무덤 같이 아늑한 길 숲 터널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무한량의 은혜를 한줌씩 뿌린다 짱짱하지 않아서 오히려 으늑한 그 아른함으로 유월은 넉넉히 넘을 것 같다 계곡물이 어서 오라 소리하고 맑은 물줄기 따라 돌에 까맣게 붙어 있는 다슬기가 초롱초롱 훤히 눈을 맑힌다 쭉쭉 뻗은 삼나무와 나도밤나무, 동백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이 풋풋하다 매미소리, 새 푸득 날아가는 소리, 일어나는 소리들 모두가 물소리를 머금었다 오감이 물파래같이 정갈
배달된 선거 공보물이 한 보따리다. 도지사, 군수 그리고 도와 군의원 거기에 교육감까지 여러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것저것 뒤적이고 있는데 환이가 곁에 와 다짜고짜 묻는다.“엄마, 누구 찍을 거예요?”“글쎄.......”그때까지 솔직히 누구를 찍겠다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군가 찍기는 찍어야겠지.”어설픈 대답에 환이가 발끈한다.“4학년 사회 시간에 선거는 꼭 해야 한다고 배웠어요.”“찍기는 할 건데....... 솔직히 찍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래.”어느 결에 인이까지 곁에 와 이야기를 거든다. “왜요? 공약을 따져보고 찍으세
따스한 5월의 햇살아래 농부는 솜털 같은 어린모를 낸다. 모판에 담긴 어린 새싹들의 일렁임이 알에서 갓 부화한 병아리 마냥 샛노랗다. 이제 곧 발아한 싹들이 따가운 햇살을 머금고 파릇한 모가 되어 논밭으로 나가면 비로소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무탈하게 잘 자라주기만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모를 심고 애지중지 보살피는 농부의 심정이 어쩌면 이 땅의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도 똑 닮았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산 및 산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삶의 현장을
봄철 바쁜 농사일 등으로 화기 취급상의 부주의, 태만, 관리 소홀로 인한 화재가 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화재를 원인별로 보면 전기, 담배, 방화, 불장난, 불티, 가스, 유류 등이 주요 원인으로 되어 있다.또한 이러한 화재발생의 주된 원인은 사람들의 부주의와 방심에 의한 실화로써 시간적으로 주부들이 집안일을 마치고 시장에 가는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와 한밤중에 많이 일어나고 있다.화재발생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유독가스와 연기로 인한 질식이다. 통계에 의하면 화재로 인한 사고 중 약 60% 이상이 가스와 연기로 인한
초록색 비 -녹우단(綠雨壇)5월 녹우단(綠雨壇)에는 초록색 비가 내린다 녹우단에 내리는 비는 다섯 번은 울며 온다하나는 시계풀과 참나무가 푸릇할 때 내리는 봄비풀과 나무들 쭈뼛쭈뼛 울근울근 올라가는 소리 둘은 녹우당 앞 은행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500년 된 줄기에 자디잔 잎들 입 내미는 소리 셋은 녹우당 뒤편 대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지마라 너 가고 나만 남아 구멍으로 운다 운다 넷은 비자림(榧子林)에 스치는 옷 벗은 물결소리 솨아솨아 미끈한 살결 연꽃 봉긋 벙글 듯 다섯은 비 갠 뒤 바다바람, 달 밀어올리는 소리 지국총지국총 어
사과를 한 보따리 사둔 게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 사과잼을 만들 요량이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시간만 보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구원 요청을 했다.“당신 아들이 요구르트 먹을 때 잼 넣어 먹는 거 알죠? 빵에 잼 발라먹는 건 얼마나 좋아한다고요!”아이들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남편의 마음을 아는지라 환이를 살짝 팔기로 했다.“사과잼 만들어달라고?”뚱한 목소리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은 아니다.“도와줘서 고마워!”시작도 안 했는데 말 인심부터 썼다. 남편은 녹즙기를 가져다 조립하더니 사과를 열심히 깎았다.조금 있으려니
이 시기 농촌에는 모내기와 더불어 각종 농작물의 수확이 한창일 때다. 이맘때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농가 현안은 바로 농업 일손부족 문제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작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가 중 80% 이상이 일손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농으로 인해 마을 단위 농업 노동 공동체가 무너진 이후 농가 고령화와 더불어 농업의 노동력의 외부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이에 최근 10여 년간 농산물 가격은 큰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농업노동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농가수지 악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
논밭을 가로지르며 기나긴 바닷길 이름 모를 들풀 친구삼아 걷다보면 밤안개 휘감아 도는 바다가 나를 반긴다.자연에서 나고 자람이 내내 자랑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땅끝은 언제나 희망의 원천이다. 뚝! 떨어지는 햇덩이가 물들여 놓은 정렬의 바다, 나는 또 잊지 못할 풍경 속 그림을 들여다보며 가슴이 뜨거워진다.희미하게 보이던 작은 섬들 사이로 황금빛 머금은 물결이 끔벅끔벅 꿈을 퍼 올리면 실루엣 그려진 저 바다가 손짓하며 나를 부른다.땅끝 가는 길, 갈대숲 사이 재잘거리던 도요새 둥지 위에도 사나운 갯바람 맞아가며 잘 자란 마늘밭에도
가정의 달 5월 하면, 어린이날, 성년의날 등이 대표적입니다. 늘상 선물을 사느라 허리가 휘는 우리 부부들을 위한 부부의 날이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과 함께 간단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바로 5월 21일 부부의 날입니다. 나의 아내 그리고 남편 어찌보면 신에게 받은 특별한 선물입니다. 사실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가 선물을 챙겨 주는데 정작 부부끼리 기념하는 날이라곤 결혼 기념일 뿐입니다. 자식들이 어버이날을 기념하겠지만 부부로서의 의미를 되새기는 부부의 날 또한
올해도 어김없이 들판에는 농사를 시작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물을 저장, 공급, 배제하는 일련의 시설을 농업기반시설이라 한다해남군내 농경지 7726ha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지사에서는 저수지 80개소, 양․배수장 64개소, 용․배수로 1892km 등 수많은 농업생산기반시설을 유지관리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현재 저수지 저수율은 87%로 전년도 이때 보다는 적지만 올해 농사를 위한 용수 공급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저수지 물을 각 농지
백악기 물초록 사랑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그대여 살다가 힘들면 남도의 땅 끄트머리 해남 우항리牛項里로 오게나 거기에는 원시의 꿈, 신화의 어머니가 살고 있네 8500만 년 전 백악기 시절에 선명하고 정교한 용각류 공룡발자국제일 오래된 물갈퀴새발자국 네 발자국으로 걷는 익룡, 그 400개가 넘는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들 세계 유일의 풋풋한 생명들이 꿈틀거리는 곳이라네공룡들은 화원반도 지축을 울리며 질러가고 익룡들은 느릅나무 집채만한 날개를 휘저으며 날고 물갈퀴새는 웅덩이에서 물낯바닥을 쪼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이좋게노령줄기를 따
어른이 되어 좋은 점을 꼽으라면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맞다. 원하지 않는 이상 시험볼 일은 없다. 애오라지 시험 때문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얼마 전 중간고사를 본 중학생 우리 딸은 여유가 좀 있다. “나는 시험 끝났다! 너는 아직 멀었지?”초등학생 동생을 약 올린다. 한 마디 대거리를 할 법도 한데 환이는 낑낑대며 문제만 푼다. ‘쌓기 나무’에서 또 헤매는 모양이다. 며칠 전부터 내게 가르쳐달라고 했는데 그때마다 ‘내일 하자.’며 미뤘다. 고백하건데 나는 수학이 참 싫었다. 잘하고 싶었지
책보를 맨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며 젖먹이 동생을 업은 누나와 함께 찔레향기 가득한 구불구불 논길을 따라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다.아이들은 장성해서 외지로 갔고 경운기를 끌며 일손을 돕던 마을 어르신도 세상을 떠나신지 2년째. 지금 농촌엔 아무도 없다. 힘에 겨운 어머니는 그동안 논밭을 정리했고, 이제는 그 자리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구름은 하늘하늘 물그림자로 아른거리는 오후, 지나가버린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산 및 산하의
경찰에서는 신속한 현장출동을 위해 112처리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국민의 위급한 요청에 빠르게 응답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범죄신고 “112”번이라는 사실은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우리뇌리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지난 한 해 동안 112에 신고 접수된 사고가 1911만4115건으로 3년 사이 2.2배 늘어났다. 이러한 112 신고 운영에 있어서 국민들의 인식부족과 장난심리로 인해 지난해 9877건의 허위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1682건이 형사입건 및 벌금형에 처해졌다고 한다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난이 급
땅이 집이다-김옥순(88) 베를 두 필 씩 짰어 낮에 한 필 밤에 또 한필 손구락 한 마디 쯤 잤나 몰녀 닭이 울어 여그 땅 시 필지 산거여 겁나게 존디여 여그농사짓는 일 온 정신으로 해야는 일이여 누가 갈쳐줘서 안 것 아녀 땅이 갈쳐 흙몬지 늙은 썩뼈 됐는디 그것을 다 모르까낮밥 묵고 둔너있고 싶어도 못 그라제 숭거논 거 암것 읎어 이 땅이 내 집이여 징하게 옹삭시롸도 그냥 배불러 정말이랑께땅이 희망입니다. 한때는 투기에 몸살을 앓았지만 부모님은 땅 한 평도 없었지만 땅은 어머니,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릅니
사람은 저마다 사는 모습이 다르다. 언제나 넘치는 에너지로 좌중의 분위기를 휘어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있는 듯 없는 듯 존재를 쉬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서는 사람은 뒤로 물러선 사람이 답답할 것이고, 물러선 사람은 나서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둘 사이는 함께하면 서로 힘들어하기 십상이다. 간혹 환상의 궁합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사실 나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 숨이 막힌다. 그들의 말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고, 빵빵 터지는 웃음과 크고 억센 손짓 몸짓을 쫒아가기도 버겁다. 그 속에서 한
무심코 길을 지나다 문득 평화로운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춰 섰다.이제 막 갈아 놓은 논길 따라 해오라기는 먹이 찾아 분주하고 밭고랑마다 씨를 심는 농부의 구부정 엎드린 허리는 한시도 쉴 새가 없다.제법 싹이 튼실해진 감자밭도 시냇가 무성한 버들잎도 간밤에 내린 단비에 촉촉이 젖어 온 세상이 파릇하다. 사진가 정지승.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정지승님의 사진 속에는 우리의 문화유산 및 산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삶의 현장을 통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현재, 잡지와 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고
화재발생․교통사고 및 각종 재난에 따른 출동․인명구조 및 구급출동은 무엇보다도 신속한 현장도착이 중요하다. 재난발생 5분 이내에 현장 도착해서 신속한 대응을 해야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사고 현장에 신속히 도착해 상황을 살피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별히 시민들의 협조와 지대한 관심이 요구된다.우리는 흔히 재래시장이나 상가주위에 가보면 아직까지도 고정좌판이나 차광막 등 장애물을 도로상에 비치해 예기치 못한 각종 사고 발생 시 효율적으로 대처를
온 몸으로 우는 꽃 이지엽 1동백꽃에는 우항리 남쪽 바닷가 백악기쯤의 큰 새들 울음이 산다 바다를 울리고 우주를 울린 큰 울음이 잎잎마다 반짝 거린다저 은백에로의 놀라운 투신 햇살은 잎잎마다 죽어 초록의 생생한 눈짓으로 찬란하게 다시 태어난다2동백꽃은 온몸으로 우는 꽃 울다 뚝뚝 떨어져서 다시 우는 꽃차가운 빗속에서 다시 한 번 피는 꽃 모든 꽃 진 자리 하얀 눈 속에서 하얀 눈을 먹고 붉게붉게 피는 꽃남도 땅 끄트머리 불새가 날아드는 해남에는 지천으로 피는 꽃 아아 바닷가 돌 위에서 피는 꽃!3아이들이 서로 부등켜안고 있다상처의
3박4일 동안 긴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동산에도 가고,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사찰에도 다녀왔다. 그 중 1박2일은 어머니 댁에서 머물렀다. 어버이날과 어머니 생신이 겹쳐 있기도 했고, 집 신축을 앞둔 터라 정리할 게 많아 일손을 거들어 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집을 허물고 신축을 하는 터라 일은 곱으로 많았다.어머니 생신 음식으로 준비해간 구절판과 버섯매운탕으로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6학년 손자의 짧은 편지에도 어머니는 행복해 하셨다.힘쓰는 일은 남편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