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집이다
-김옥순(88)


베를 두 필 씩 짰어 낮에 한 필 밤에 또 한필
손구락 한 마디 쯤 잤나 몰녀 닭이 울어
여그 땅 시 필지 산거여
겁나게 존디여 여그


농사짓는 일 온 정신으로 해야는 일이여
누가 갈쳐줘서 안 것 아녀 땅이 갈쳐
흙몬지 늙은 썩뼈 됐는디
그것을 다 모르까


낮밥 묵고 둔너있고 싶어도 못 그라제
숭거논 거 암것 읎어 이 땅이 내 집이여
징하게 옹삭시롸도 그냥
배불러
정말이랑께


<시작메모>
땅이 희망입니다. 한때는 투기에 몸살을 앓았지만 부모님은 땅 한 평도 없었지만 땅은 어머니,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릅니다. 한 알의 겨자씨가 썩어 잎이 나고 열매가 열리니 거기에 생명이 있고 천국이 있습니다. 그것이 밑천이고 기둥이고 집입니다. 땅이 곧 종교이고 하늘입니다. 땅을 밟고 걸으면서도 땅이 자꾸 그리워집니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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