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비
-녹우단(綠雨壇)

5월 녹우단(綠雨壇)에는 초록색 비가 내린다
녹우단에 내리는 비는 다섯 번은 울며 온다

하나는 시계풀과 참나무가 푸릇할 때 내리는 봄비
풀과 나무들 쭈뼛쭈뼛 울근울근 올라가는 소리
둘은 녹우당 앞 은행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
500년 된 줄기에 자디잔 잎들 입 내미는 소리
셋은 녹우당 뒤편 대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가지마라 너 가고 나만 남아 구멍으로 운다 운다
넷은 비자림(榧子林)에 스치는 옷 벗은 물결소리
솨아솨아 미끈한 살결 연꽃 봉긋 벙글 듯
다섯은 비 갠 뒤 바다바람, 달 밀어올리는 소리
지국총지국총 어사와 닫 드러라 닫 드러라

꽃양귀비 붉은 오월에
싱그럽고 착한 비 오신다
한 번에도 다섯 번은 울며 오신다

 

<시작메모>
강릉에 뜨는 달은 다섯이라는데 고산 윤선도 유적지 해남 녹우단의 “녹우(綠雨)”도 다섯이 다. 달 다섯과 비 다섯은 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운치는 둘 다 일품이다. 그래서일까. 조사에 의하면 두 군데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으로 1,2위를 다툰다. 그런데 폭설에 태풍, 근래 기상을 보면 해남이 훨씬 더 낫다. 해마다 10월에는 고산문학축제가 이 녹우단에서 열린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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