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와의 세기의 바둑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한 중앙 일간지에 실린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 의사에 관한 이야기다. 의료계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기사는 씁쓸하면서도 왠지 후련하다. 의사라면 환자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치료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고압적이고 환자들을 단지 상품 취급하려는 경향마저 있다

. 잔뜩 겁을 준 뒤 불필요한 처치로 수가를 올리려는 작태마저 비일비재한 것이 우리네 의료계의 현실이다. 때문에 기사는 씁쓸하면서도 후련한 것이다.

기사는 어느 중견 의사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2040년 3월 현재, 의사였던 나는 진료를 못한 지 10년이 지났다.

평균 수명이 100세에 달하는 지금 현역에서 일하는 70~80대 인구는 많지만 70대 중반인 나는 60대 중반 이후 좀처럼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에서 이기고 ‘왓슨’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간의 암 진단과 항암 치료를 도우면서 인공지능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이와 함께 한때 전국 성적 1% 안에 들어가야 원서라도 내볼 수 있었던 의과대학의 몰락이 시작된다. 또 인터넷 원격진료까지 실시되자 의사라는 직종은 빠르게 그 영향력을 잃어간다. 재

벌이 주인인 대학들은 발 빠르게 의과대학을 없애고 인공지능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의사는 인공지능에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하는 연구 분야에만 조금 남아 있을 뿐 환자 진료는 인공지능의 어느새 몫이 되고 만다.

뿐만이 아니다. 의사 면허라는 것이 유명무실해지자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과 연계한 대학이 속속 인공지능을 내세워 각 지역에 진료소를 개원한다.

인공지능 의사는 24시간 진료에 연중무휴였고 진료비마저 저렴했으며 진단은 의사보다 정확하다. 인공지능 진료소가 빠르게 확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진료소의 적(敵)은 또 다른 인공지능 진료소일 뿐. 대학병원은 붕괴 직전에 놓이고 대규모 실업사태가 일어난다.

정부 또한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인공지능 진료소 시스템을 환영했고, 마침내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만으로도 무인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 대신 전 국민은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집 근처 무인진료소에 가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거나 인공지능의 진료 결과를 따르지 않으면 건강보험에서 아예 제외되기 때문이다.

정기검진을 받을 때도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처럼 생긴 로봇이 응대한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손가락을 기계에 넣어 피를 조금 뽑고 키와 몸무게, 혈압을 측정한다.

옛날처럼 혈관에서 피를 뽑는 일은 없다. 한 평 남짓한 무인진료실은 모텔 방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옛날처럼 의사를 선택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모든 인공지능의 데이터베이스가 똑같기 때문이다. 진료실을 배정받아 들어서면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의사가 미소를 띠며 맞는다. 이 의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진단을 내린다.

로봇 의사는 진단결과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고 알려준다. 진료실을 나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남짓이다. 개인적인 상황은 기계의 안중에도 없는 꼴이다.

머지않아 이것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비록 로봇 의사에게서나마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상에 앞서 의료계가 크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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