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병아리를 길러서 닭이 되면 팔아서 돼지새끼를 사고, 또 그것을 키워 송아지를 사고, 또... 뭐 이런 상상 말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금세라도 대농장주가 되는 그런 꿈을 꾸며 괜히 뿌듯해 했던 기억. 그런데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 있다. 닭고기의 대표 브랜드인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열한 살 때 외할머니에게서 받은 병아리 열 마리로 시작해 지금은 연간 2억9천만 마리의 닭을 생산하는 엄청난 성공을 일궈냈으니. 꿈은 이뤄진다는 말을 그대로 증명한 셈이 됐다. 그의 목표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네슬레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4년 11월에는 ‘불가능은 없다’던 나폴레옹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모자를 26억 원에 낙찰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김홍국의 성공신화는 농업에 비즈니스를 접목함으로써 비로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의 경영관은 ‘삼장(농장, 공장, 시장)통합 경영’으로 귀결된다. 생산에서 유통과 판매까지 일관된 시스템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낙후된 우리 농업의 현주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농업은 낙후된 산업이다.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도 농업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때문에 우루과이라운드나 자유무역협정(FTA)에 온통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아무리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지만 부지런히 땀만 흘려서는 농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제는 농업도 비즈니스인 것이다. ‘오렌지 군단’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를 예로 들어 보자. 땅이 척박한 네덜란드는 오렌지를 생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럽의 오렌지시장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브라질 등에서 오렌지를 들여와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가공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네덜란드가 오렌지의 나라로 불리게된것은 독립운동의 상징이며 국부로 존경받는 오라녜 공 빌럼(Willem van Oranje·1533~1584)과 관계가 있다. ‘오라녜’의 영어식 발음이 ‘오렌지’인 것이다. 네슬레가 있는 스위스 역시 변변한 농토가 없는 나라다. 그러나 식품가공업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 농업이 추구해야 할 미래다. 이제 더 이상 땀 흘려 농사만 지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농업에 비즈니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땀 흘려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시장의 변수에 따라 가격은 요동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가격 탄력성을 적정수준으로 유지시켜 항구적으로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노력하면 부농의 꿈을 이룰 것이고, FTA와 같은 영향을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농업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충남 금산에 있는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찾는다고 한다. 벤처농업대학은 농업인 개개인이 변화의 기회를 자각하고 벤처정신을 조화시켜 개성 있는 농업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농업전문대학이다. 이곳에서는 농사를 짓는 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제 농업도 비즈니스인 시대다. 모험심과 진취적인 마인드, 그리고 도전정신을 갖춘 사람들이 농업의 경쟁력을 이끄는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농업교육이 으레 작목 선택과 재배기술에 관한 것일 거라는 선입견은 보기 좋게 깨진다. 첨단 비즈니스의 개념과 실전 전략들이 농업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업이 비즈니스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억대 부농은 농업의 미래

해남군은 대표적인 농업군이다. 올해를 농수산업 1조원시대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해남군의 지난해 순소득 1억 원이상 농어업인은 총 65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억 원이상 고소득 농가는 모두 402명으로 벼 217 농가, 축산 81 농가, 고구마와 맥류 등 전작 농업 26농가로 나타났다. 특히 해남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권역별 특화작목 육성에 따라 밤호박과 무화과, 부추, 양파채종, 특용작물 등 40여 농가가 고소득 농업인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또 절임배추 등 가공·유통 분야도 20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억대 부농의 꾸준한 증가는 농업이 미래산업으로서 희망이 있음을 말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아울러 농업이 미래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내수(內需)의 한계를 극복하고 74억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생산할 때. 그리고 여기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 우리의 농업은 미래를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다. 다시 강조하건대 바야흐로 농업은 비즈니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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