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 쯤은 설날에 세뱃돈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마을의 집들을 돌며 어르신들께 세배를 드리는 풍속이 있었다. 그러면 세배를 온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거나 과자나 사탕을 대접했다. 이러한 세뱃돈 풍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동북아 국가, 동남아시아, 나아가 유럽의 프랑스와 벨기에에도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설날 세뱃돈을 주고받았을까. ‘서울 600년사’ 등에는 전근대 시기엔 일반적으로 세배를 한 사람들에게 ‘돈’보다는 덕담과 세찬(歲饌)으로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국세시기’에도 설날 덕담 풍습은 자세하게 기록돼 있지만 세뱃돈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1925년 간행된‘해동죽지’에는 ‘세배전(歲拜錢)’ 또는 ‘세뱃값’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세뱃돈의 유래에는 다양한 설이 있다. 그 가운데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것이 통설이다. 예로부터 설날 아침이면 ‘야쑤이첸(壓歲錢)’이란 세뱃돈을 ‘홍파오(紅包)’란 붉은 봉투에 넣어주는 중국 풍속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일제 시기 이후 일본 ‘오토시다마(お年玉)’라는 세뱃돈 풍습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일본 에도시대(17~19세기)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있었던 세뱃돈 풍습이 전국적으로 퍼진 것은 1960년대 이후라고 알려지고 있다.

또 베트남에서는 빨간 봉투에 새 지폐를 담아주는 ‘리시’란 풍습이 있고, 몽골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뱃돈을 건네고, 그 대신 어른은 아랫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뒤늦게 귀향한 상인들이 음식 대신 엽전을 선물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한국은행이 설을 앞두고 ‘세뱃돈, 꼭 새 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마음을 담은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새 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1일 작년 한해동안 화폐 제조비용이 1440억 원으로 지난 2014년의 1215억 원보다 18.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폐 제조비용은 900억 원으로 전년(807억 원) 대비 11.5%, 동전 제조비용은 540억 원으로 전년(408억 원) 대비 32.4% 각각 늘어났다.

그동안 화폐 제조비용은 5만 원 권이나 새로운 1만 원 권 발행 등 신권 교체 수요가 있을 때를 빼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작년엔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작년 담뱃값 인상으로 500원 주화 수요가 늘어난 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해 손상돼 폐기된 화폐는 3조39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8% 늘었다. 이중 지폐는 6억장으로 5톤 트럭 112대분이다. 이를 수직으로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의 7배 높이가 된다. 손상 화폐 폐기액은 2011년 1조7333억 원, 2012년 1조8337억 원, 2013년 2조2125억 원, 2014년 2조9832억 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설날(8일)이다. 아무쪼록 한해의 복을 부르는 세뱃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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