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억 원을 들였다는 땅끝순례문학관이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같다.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구색 갖추기에 급급한 면도 없지 않다. 강진군의 시문학기념관을 의식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시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문학파’를 기려 만든 그곳과의 비교는 왠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본래 의도했던대로 땅끝순례문학관으로서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일부의 편협된 시각으로 전시 작가를 선정한 면이 없지를 않아 본질이 왜곡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해남군이 그동안 보여준 문인들에 대한 홀대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해남군이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을 제외하고 문인들에 대한 대접을 해 준 예로는 김남주 고정희 생가에 대한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두 시인의 삶이 극적이고 강한 인상을 남겨 문학사적인 가치를 높이 산 결과 그리 했겠지만 다른 문인들과의 형평성에 비춰 지나친 면도 없지를 않다. 예를 들면 이동주 시인의 경우다. 대흥사 입구에 있는 이동시 시비는 광주문인협회에서 세워준 것이다.

시인으로서의 제대로 된 가치를 고향에서조차 몰라주니 안타까운 나머지 시비를 세워 기념한 것이지만 여전히 그 뿐이다. 박성룡, 박진환, 김준태, 황지우 등과 같이 지명도가 있는 시인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해남군의 현주소다.

기왕에 땅끝순례문학관을 건리하려 했다면 해남 출신 문인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 뿐이 아니라 해남과 연관된 문인들에 대한 조사와 자료도 광범위하게 수집했어야 맞다.

해남군의 문화관광정책을 볼 때 아쉬운 부분이 바로 좋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설가 황석영과 시인 김지하의 경우가 그렇다. 1970년대에 해남으로 이사 온 황석영은 대하소설인 ‘장길산’을 이곳에서 완성했다.

‘장길산’은 80~90년대 대학가에서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함께 가장 많이 읽혔다. 홍명희의 ‘임꺽정’에 비견되는 장길산이 이곳 해남에서 완결됐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다.

작가가 10년간 머무르던 수성리 집은 현대문학의 산실과도 같다. 그런데도 군은 여기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다. 반면에 보성군은 벌교읍에 태백산맥 문학관을 조성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김지하는 1980년대 해남에서 살았다. 산이면 상공리가 외가인 김지하는 회상록‘모로 누운 돌부처’와 ‘흰 그늘의 길’으로 해남을 추억하고 있다. 김지하가 살았던 남외리 천변 한옥 역시 아무런 소개도 없다. 현대문학의 걸출한 작가가 머물며 작품활동을 한 해남이지만 이들에 대한 대접은 너무나 소홀하기만 하다.

순례문학관의 개관으로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작가의 고향, 또는 작품의 산실을 부각시키는 일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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