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였어요. 동생과 친구랑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고 있었죠. 몇 잔을 더 하면서 화제는 70년대 패션과 어떻게 모든 유행이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는 지로 흘러갔죠.

그러다가 나는 ‘분명히 아직 돌아오지 않은 유행도 있을거야’ 라고 말했어요. 한 잔 더 마시자, 콧수염엔 당최 무슨 일이 생겼는 지로 옮겨갔어요. ‘왜 아직도 콧수염은 다시 유행하지 않는거지?’ 그러고 나서 콧수염을 되찾자는 데 의견을 모았죠.”

모벰버 창립멤버인 애덤 게론의 얘기다. 2003년 호주 멜버른에서 30명의 남자들이 모여 ‘모벰버(Movember)’를 만든다. ’모벰버‘는 콧수염(Moustache)과 11월(November)의 합성어.

호주에서는 콧수염을 ‘모(mo)’ 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11월(November)을 고쳐 ‘모벰버’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 기본 규칙을 만든다.

그 규칙은 ‘완전히 면도한 얼굴에 턱 수염도, 염소수염도 아닌 콧수염을 11월 한 달 간 기fms다’ 였다. 그리고 11월말에 모여서 제일 멋있는 콧수염과 제일 못 생긴 콧수염에 대한 시상을 하자는 것에도 동의를 한다.

이들이 콧수염을 기르니까 직장상사는 고객을 상대하지도 못하게 했고, 싫어하는 여자 친구도 있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근처에도 못 가게 막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은 가까스로 월말에 모일 수 있었고. 무사히 해낸 것을 자축했다. 그리고 2004년. 애덤 게런은 “이렇게 재미난 일은 해마다 할 수 있게 법으로 정해야 돼”라고 말을 한다. 모벰버 재단의 출발이었다.

‘모벰버’는 11월 한 달간 수염을 길러 전립선암과 고환암 같은 남성 질환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고, 관련 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자선 모금을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여성 단체들이 관여하고 있는 ‘핑크리본(유방암)’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벰버’ 참여자를 지칭하는 단어인 ‘모브로(Mo Bro)’로 등록하는 순간, 온라인에서 모금을 조성할 수 있는 ‘모스페이스(Mo Space)’를 개설할 수 있다.

모브로는 개설한 모스페이스를 통해 본인이 왜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지, 목표 모금액은 얼마인지, 주변인 중 누구에게 모금을 부탁할 것인지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콧수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기록함으로써 11월 한 달간 모금 목표액 달성을 위한 홍보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모벰버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여성들도 참여를 한다. 여성 참가자들은 ‘모 시스타(Mo Sista)’라고 부른다.

뉴질랜드의 일부 여성 회원은 한 달 동안 왼쪽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는 방식으로 모금에 동참했다. 유명연예인으로는 안젤리나 졸리가 눈에 띈다.

11월은 왠지 쓸쓸한 달로 느껴진다. 숫자 두 개가 평행을 이룬 모양만 봐도 그렇다. ‘사람(人)’은 혼자가 아닌,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는 모습이다.

‘모벰버’캠페인이 11월을 외롭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래저래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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