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16 대입 수능시험이 전국적으로 치러졌다. 수시합격으로 진즉에 입시에서 해방된 수험생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수능결과에 따라 정시를 준비할 것이다.

예비고사 세대인 필자로서는 요즘의 입시제도는 솔직히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여느 학부모들처럼 입학설명회장에는 근처도 가본 일이 없거니와 고사장 주변에도 전혀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매우 무성의한 수험생 학부모였음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무관심은 필자가 수험생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를테면 집안내력과도 같은 것인데 요즘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극성맞은 면도 없지 않다. 하기야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 더군다나 교육열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차별화된 교육으로 성공한 학교

 

세상 욕심과 거꾸로 살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경남 거창고 이야기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해 주고 교사는 학생회가 결정한 사안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이 학교의 기본 운영 방침이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까도 싶지만 오히려 진학률은 놀라울 정도로 높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고, 시행착오도 교육이라는 기본에 지극히 충실한 결과다.

이 학교 강당에는 ‘직업 선택의 십계명’이 걸려있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등등.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십중팔구는 선뜻 납득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거창고 학생에게 교사보다 무서운 존재가 선배다.

학생 수가 적고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선배 눈 밖에 나면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혹시 선배의 후배 군기잡기 같은 폭력적 상황도 있을까. 그러나 선배가 무서운 이유는 지나치리만큼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의 한일고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통해 160명을 선발한다. 전국단위 선발이지만 정원의 30%는 충남 지역에서 뽑는다.

1단계에서 내신으로 1.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서류와 면접평가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학생부를 기본으로 추천서, 학습계획서 등을 본다.

변별력이 강한 면접은 자기주도학습 계획과 봉사·체험활동, 독서활동 등을 평가하고 단순 성적보다 학업·진로 계획의 구체성과 지원 동기의 진정성 등을 꼼꼼히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기숙사 8인1실 사용과 같은 공동체 생활은 물론 사교육을 받기 힘든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이러한 교육환경을 견디기 어려운 학생에게는 특목고 등 다른 학교 진학을 권하기도 한다.

해외 유학을 70명이나 보낸 시골학교가 있다. 충남 서천군 기산면에 있는 동강중이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이룬 성과다. 전교생이 고작 60명인 이 학교는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는 시골학교다.

하지만 해마다 학생 4~5명씩 1년간 해외로 보내고 교환학생으로 비슷한 규모의 학생을 받아왔다. 따라서 국제화만큼은 전국 최고 수준인 셈이다. 이 학교 유학생들은 재학생이나 졸업생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다.

동강중에서는 이들에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3시간씩 한글을 가르친다.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도 준다. 사물놀이·한국요리·다도 등을 가르치고 계절별로 여행도 한다.

이 학교에는 그 동안 벨기에, 프랑스, 태국, 에콰도르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유학을 왔다. 1949년 개교한 동강중은 70년대까지 학생수가 840여 명이나 됐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다른 농촌 학교처럼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 학교 측은 생존 전략으로 해외 유학을 택했다.  

 

‘교육환경’을 탓하지만 말라

해남군의 경우, 자녀 교육을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읍내로 전입을 하거나 대도시로 유학을 보내고 있다. 자녀에게 보다 낳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앞서의 세 학교는 나름대로의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다. 해남에도 송지 서정초교와 같이 분교에서 폐교 직전까지 갔다가 올해 본교로 승격한 예가 있다.

이처럼 교육은 창의적인 발상과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발전적인 변화를 꾀할 수가 있다. 그런 노력도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대충 구색만 갖추려 드니까,

‘교육환경’을 핑계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항리 공룡화석지를 이용한 ‘공룡학교’를 만든다든가.

 우수영에 ‘약무호남(若無湖南)’을 기리는 민족사관학교와 같은 소수정예의 인재양성기관을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또한 삼면이 바다로 된 반도의 특성상 해양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이 없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고령화 사회니, 인구 감소니 하는 농촌의 현실을 개혁하는 데 있어 교육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해남군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폐교로 방치된 학교가 늘고 있다.

한 시절에는 수 백 명의 학생들로 왁자지껄 했던 곳이 아닌가. 진정 해남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교육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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