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재동 입구에서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가다 보면 푸른 대나숲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초록색 지붕의 집 한 채를 발견 할 수 있다. 한켠에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는 팔각정이 멋스럽게 자리 잡은 이 집은 한때는 서울 남대문 시장을 아우르는 거부였다는 (故)박남수 씨의 생가이다.

이웃에 살고 있는 고인의 조카 박광천(69)씨에 따르면 남대문 시장에서 크게 사업을 하던 고인은 귀향을 한 후 이곳에 2층짜리 가옥을 비롯한 건물 5채가 있는 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다. 방은 겨우 5칸이고 나머지는 모두 곳간으로 사용할 만큼 크게 농사를 지었지만 현재는 집 한 채와 손님을 맞던 팔각정만이 남아있다.

이곳은 고인의 손자인 박승우씨가 거주하고 있지만 몸이 불편해 현재 읍내에 있는 자활센터에서 일을 하며 주로 생활하고 있어 집안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옥은 재건축을 통하여 현대식으로 바뀌었지만 한쪽에 있는 팔각정만은 옛 모습 그대로라. 여름이면 대나무 향과 술을 나누고 겨울이면 차를 마시며 담소 나누던 정자. 그러나 이제는 세월의 빛바랜 흔적만을 담고 서있다.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에 실려 온 바람이 인적이 끊긴 고가의 대숲을 무심히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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