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가 주를 이루는 현산 시등 마을에서 정채운(52) 이장을 만났다. 한 때는 전남 서남부 대표 우시장이자 해남을 대표하는 오일장이던 월송장이 열리던 시등 마을은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 흔적만이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하루에 소만 300두 정도가 거래 될 정도로 큰 시장이었는데 요즘 장날에 보면 서너명의 장사하는 사람이 있을 뿐 장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정 이장은 안타까워했다.

정 이장은 40대에 접어들면서 처음 이장을 맡았다. 동네에 노인이 많아 그 분들에게 봉사하고, 마을 사람들과 두루 어울리고 싶었기 때문에 자원을 했다. 그렇게 지난 10년간 일을 해오고 있다.

시등 마을은 월송시장을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해 있다. 예전부터 시등 마을은 완도, 강진을 비롯해 북평과 송지, 현산을 잇는 교통의 요지에 있어 자연스럽게 월송장이 들어섰고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그 당시는 완도와 송지, 현산에는 오일장이 없었고 교통이 편리했기 때문에 활성화 될 수 있었다. 월송장은 면 소재지가 아님에도 오일장이 들어서 해남에서도 으뜸가는 시장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송지면에 속해있어 송지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완도에 완도장이 생기고, 송지에도 장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완도방면의 4차선 도로가 생기면서 월송장을 찾는 사람이 뜸해졌다. 요즘도 4일, 9일에 장이 서지만 서너명의 인근 주민들이 장을 지키고 있을 뿐 몇몇 노인들을 제외하면 찾는 이들도 거의 없다.

장이 쇠락하면서 상권이 죽다보니까 이주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빈집도 점점 늘어갔다.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갔고 거리의 활기는 점점 줄어들어 갔다. 정 이장은 무언가 변화가 필요함을 알았다. 그래서 옛 월송장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월송장을 한우 먹거리 장터로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뜻이 맞는 주민들과 함께 지난 해 5월 해남1호 협동조합인 땅끝월송장협동조합을 만들고 12월헤는 월송 한우촌을 개장했다.

정 이장은 “현산에는 축산농가가 많이 분포돼 있고 월송장이 살아야 마을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옛 명성을 살리고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며 “지리적 이점을 살려 완도와 미황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유치하여 먹거리와 볼거리가 넘치는 문화·관광 특화 시장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 한우를 이용하여 다양한 요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음식점을 늘려나가며 지역 농수산물이 거래될 수 있는 시장도 다시 활성화 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 해 개장한 월송한우촌은 우시장의 전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로 뼈대만 남아있던 월송장 장옥에 건물을 세웠다. 월송한우촌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순환을 위해 최대한 해남 내 한우를 사용하는 중이다. 김치, 참기름 등의 식재료들도 조합원이나 인근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물품을 구입해 사용하려 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마을기업이 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매주 수요일 노인들에게 반값행사를 열고 있다. 이벤트 초기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무엇보다 보람된 점은 월송 한우촌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한동안 맥이 끊겼던 경로잔치를 다시 열었던 일이다. 비단 마을 주민들 뿐 아니라 해남 지역 내 노인들 700명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었다. 올해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역 노인들을 초대해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마을에 활기를 다시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모델을 찾고 싶다는 정 이장이다.

현재는 대형버스 주차장이 없어 관광객들이 월송 한우촌을 찾아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아직 상권이 살아나지 않아 유인책이 적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는 힘들다. “마을 주민, 더 나가서는 해남 군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 마을 주민을 비롯한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월송장을 살리는 것에 많은 군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월송 한우촌 주변에 상권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 월송장이 부활하고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정 이장의 꿈이다. 마을기업으로서 지역 경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정 이장. 마을의 발전을 이끄는 리더로서 화합을 할 때는 가장 낮은 곳에서 봉사하는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정 이장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월송장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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