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또 다시 온 것만 같아”

11일 문내 농협 대의원 회의가 있던 우수영 유스호스텔에서 만나 정평길(69) 이장은 농촌의 현실을 걱정하는 말부터 꺼냈다. 이장 뿐 아니라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정 이장은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다. 이장을 하던 대의원을 하던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이 아닌 항상 적극적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그다.

문내 목삼리 토박이인 그는 젊을 때는 도시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부모님을 모시려고 귀향을 했다. 처음 귀향을 했을 때는 농업보다는 어업을 주로 했다고 한다. 바다를 끼고 있던 마을에서 해산물도 캐고 낙지도 많이 잡았었다. 하지만 간척사업 이후론 농사를 주로 지어왔다.

20여 가구, 40여명이 사는 목삼리는 대부분이 60대를 넘어섰지만 16가구가 아직도 농업을 주업으로 삼고 1000평 이상의 농사를 지을 정도로 모두들 건강하다. 목삼리는 신창 동남쪽 건너편에 있는 마을로 처음에는 덕삼리로 불리었다. 이곳에 샘골목, 갓산목, 뒷산목 세 개의 목이 있어 행정구역 개편 때 목삼리가 됐다.

영산강 간척사업 이전에는 마을 앞 갯벌에서 굴과 낙지를 채취했던 반농반어 마을이었다. 간척사업 이후에는 밭농사와 논농사를 겸하며 하는 집이 대부분인데 벼와 배추를 주 작목으로 하고 여름엔 참깨와 고추 등을 재배한다고 한다. 목삼리는 간척사업을 하기 전부터 외진 곳이었다. 물이 빠질 때만 마을에 출입이 가능했고 한길로만 다닐 정도로 외진 곳이어서 도둑도 없었다. 간척 사업이후에도 마을사람들끼리 화목도 좋고 서로 잘 알기에 도둑이 없다고 한다.

외지고 사람이 적어 예전부터 마을 주민들끼리 단합이 좋았다 한다. 정 이장은“마을은 외지고 사람은 적지만 마을단합 하나 만큼은 어느 마을 못지않다”며 “매년 어버이날이면 다 같이 모여 잔치를 하고 명절이면 귀향하는 손님을 맞기 위해 울력으로 마을 대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매년 1~2번씩은 효도관광을 함께한다.

정 이장은 올해로 이장을 20년 가까이 맡아 해오고 있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대신하기도 했지만 다시 정이장이 맡게 됐다. “이장을 다른 사람이 하더라도 이장을 맡았던 사람도, 마을 주민들도 곧 내게 다시 하라고 권한다”며 “그렇게 5년, 7년, 5년, 그리고 지금 3년 이런 식으로 20년을 주민들을 위해 일해 왔다”고 말했다.

열정이 넘치는 이장
화목하고 건강한 마을로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된 건 그의 부지런함과 농촌을 위한 노력을 주민들이 알아줬기 때문이다. 처음 이장을 할 때부터 마을을 위해 봉사 할 길을 찾다 시작한 일이기에 조금이라도 마을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농협이나 군에서 실시하는 교육연수가 있으면 빼놓지 않고 참석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나라도 배워 마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조금이라도 농사를 짓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농촌대학에서 하는 강의도 여러 번 이수하였다.

습관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듯 지금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아 교육연수가 있으면 참여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이러한 배움 들이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빛을 발하기도 했다. “지난시절 볼라벤이나 올라같은 큰 태풍이 와 마을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됐을 때 보상받을 일이 막막했지만 그동안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주민들을 도와주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들을 마을 사람들이 인정해줬기에 20년이라는 시간동안 이장을 해올 수 있었다.

정 이장은 나이가 들어 이제는 이장을 후임에게 물려주고 싶은 때도 있다. 그러나 마을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비록 고령의 나이지만 노인축구대회에 참석할 정도로 열정만은 어느 젊은이 못지않다는 정 이장은 “마을에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 몇분 계시는 데 모두 혼자 산다.”며 “수시로 들러 확인하고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마을 어르신들을 걱정했다. 또“작은 마을이다 보니 거창한 목표를 가지기 보다는 마을 사람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이장의 또 다른 소망은 작목반과 같은 협동체가 마을에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면 거기에 힘을 보태는 일은 마다하지 않겠다는 정 이장은 오늘도 마을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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