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에서 600년이 넘게 마을을 지켜온 나무처럼 지난 2000년부터 마을 이장 직을 묵묵히 수행해온 채홍병(59) 이장이 삼산면 대흥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흥리에서 태어났지만 공직생활을 하며 젊은 날엔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1998년 경 귀향을 하게 됐다.

소를 키우며 열심히 살던 그에게 마을 어른들은 공직 생활의 경험도 살리고 면내 많은 사람들을 두루 사귀라며 이장 자리를 권했다. 시골생활에 익숙지 않았고 공직 생활을 오래해 이장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자는 마음 하나로 이장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이장이 올해로 15년차를 맡았다.

이장 일을 하다 보니 봉사하는 역할이 공직 생활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마을을 위해 일을 하면 됐기 때문이다. 72년도에 지은 마을 회관 보수를 시작으로 석죽공사, 상수도 공사, 안길포장 등 마을 숙원 사업을 하는데 많은 힘을 쏟아왔다. 마을 어른들의 직접적인 칭찬보다 편하게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모습들을 좋게 봐주셔서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는 삼산면 이장단 단장을 맡아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흥리는 마을 뒷산의 지형이 크고 긴 골짜기로 되어있어 댕골(대골)이라 불리다 대골이 크게 흥할 곳이라 하여 대흥이라 불리게 되었다. 현재 32가구, 68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43명이나 되는 고령마을이다.

노인들은 대부분 200평 남짓의 작은 밭에 농사를 지어 직접 먹거나 주위에 나눠주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주로 논에서 벼와 보리를 재배한다. 실직적인 경작농가는 11호 뿐이지만 적게는 2만 4000여 평에서 많게는 6만여 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어 경지면적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주민들의 노령화와 농사의 자동화로 인해 밭농사는 줄고 소수의 농가들이 기계를 통해 논농사를 크게 짓기 때문이다. 농촌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이 이 같은 대규모 농가와 농사의 자동화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대흥리는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을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해남군이 시상하였던 제1회 경로효친 시범마을로 선정됐던 곳도 바로 이곳 대흥리다.

해남 각지에 살고 있는 60세 미만의 대흥리 출신 청년들로 구성된 대흥사랑청년회가 조직되어 있어 청년회 주도하에 매년 마을 주민들을 위한 위안잔치와 위문관광등의 행사를 치르고 있는데 벌써 15회를 넘겼다고 한다. 주민수가 적은 만큼 마을 사람들의 유대감도 깊어 매년 농한기면 대부분의 마을 어른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담소를 나누며 정을 쌓는다. 또 저녁때가 되면 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도 한다.

웃어른 공경하는 마을
항상 봉사하는 삶 살고파

모든 농촌이 그러하듯 대흥리도 인구수는 점점 줄어들고 주민들은 고령화 되고 있다. 채 이장은 “주민들이 급격히 고령화 되고 인구수가 점점 줄어들어 일 할 사람이 턱 없이 부족한 형편이다.”며 “귀농 인구가 많았으면 하지만 딱히 유인책이 존재 하지 않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자식들이나 친인척들이 귀농을 했으면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시골에서만 자란 부모들이 자식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자식들은 도시에서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 이장은 “정부에서 현재 펼치고 있는 귀농정책은 큰 매력이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귀농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사람이 점점 줄어들면서 동네에 활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이다. 공가정리로 하나씩 없어지는 집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채 이장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장 직을 후임에게 물려주고자 한다. 이장 직을 오랫동안 한사람이 맡아오면 나태해질 수 있어 작년에 그만 두고자 했지만 주위의 만류와 후임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고자 1년의 시간을 더 가졌다.

“지금 이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직함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어 이장 직은 잘 이루어 놓은 지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후임에게 물려주고 싶다.”며 “이장 직을 맡지 않더라도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장은 마을을 대표하는 대표자이며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라고 말하는 채 이장은 후임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내 뒤로 하는 이장도 무턱대고 일을 수행하지 말고 헌신적인 자세로 마을 발전을 위해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일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마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해온 것처럼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다는 채 이장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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