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인들이 살아가는 장수마을로 유명한 북평 동촌리에는 마을을 섬기는 김금효(51) 이장이 있다. 김 이장은 “우리 마을은 뒷산에서 내려오는 자연수를 식수로 쓰고 있다”며 “자연수가 바로 장수의 비결이며 우리 마을의 큰 자랑이다.”고 말했다.

동촌리를 떠난 적이 없다는 김 이장은 청년회 시절 부지런하고 똑 부러지는 일처리로 주위 어른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김 이장의 이런 점을 높이 사 주위 어른들이 이장을 맡아보길 권해 지난 2011년에 이장 직을 맡았다.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주위에서 좋게 봐줘 지난해에 연임을 했다고 한다.

동촌리는 70여가구 200여명이 사는 제법 큰 마을이다. 동해마을과 함께 넓은 바다로 펼쳐나가라는 뜻으로 홍해라고 불리다 1914년에 동해마을과 분리되면서 동쪽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동촌이라 하였다. 80여명이 65세 이상 노인들로 지난 2008년부터 장수마을로 이름나 있다.

여느 시골 마을과 달리 젊은 층도 많아 청년회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주로 벼농사와 축산업에 종사하며 마늘과 배추 등의 밭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청년회와 부녀회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매년 어버이날에 청년회와 부녀회에서 어른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김 이장이 처음 이장을 맡았던 지난 2011년에는 40여명의 향우들이 마을을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큰 행사를 했다. 계속적으로 이어가자고 했지만 경기의 영향을 받아 지속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김 이장은 “그날 향우들과 주민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이장을 하는 동안 지속하고 싶었지만 사는 것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못하게 됐다. 하지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동촌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건강한 장수마을이라는 것이다. 동촌리는 자연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어 마을 사람 모두가 건강하다고 한다. 1급수인 물로 끓이지 않고 먹어도 몸에 해가 없다고 한다. 큰비가 오거나 태풍이 오면 울력을 동원해 상수원을 고치며 마을 사람들의 단합을 다지기도 한다.

마을면적이 넓어 마을주민들의 집이 여러 곳에 듬성듬성 모여 있다 보니 한번 모이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을이 잘 돌아가는 건 주민들이 마을 개발위원들의 회의 내용을 지지해주고 잘 따라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이장은 “마을의 구조상 사람들이 전부 모이긴 어려워도 마을 운영방향에 대해 개발 위원들을 믿고 지지해준다” 며 “그래도 마을에 애경사가 있을 때면 내일처럼 나서서 일손을 거들어 준다.”고 말했다.

“늙어가는 농촌에 맞는 소득 사업 만들어야”

김 이장의 고민도 여느 다른 이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농촌 일손 부족으로 농사를 짓기가 힘들고 사람을 써서 농사를 짓자니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농산물의 가격은 계속 하락해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마을 사람들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함을 느꼈다.

귀농인 들이 마을로 들어오려 해도 마땅한 유인책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동촌리에도 귀농가가 4~5가구가 있지만 모두 이곳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이주해 온 것이다. 마을이나 개인이 귀농인을 마을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김 이장은 정부가 젊은 사람들이 시골에 살 수 있도록 농업 정책을 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농촌, 잘 살 수 있는 농촌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탈출구로 마을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자신이 나서서 모든 것을 처리 할 수는 없어도 조금씩 진행 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마을사업이나 소득사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앞에 나서서 이끌 수는 없지만 누군가 나섰을 때 쉽게 일을 진행 해 갈 수 있도록 기반을 잘 만들어 두고 싶다”며 “일이 진행 된다면 뒤에서 힘을 보태주겠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마을 길가 정비나 방역이 있을 때 주위에 알리지 않고 묵묵히 혼자 처리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수고를 끼치고 싶지 않고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손이라도 아쉬운 마을 사정을 알기에 이장으로써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들을 처리한다고 한다.

“이장은 마을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이다. 사람은 위에서 아래로 볼 때 보지 못하는 것들을 아래에서 위로 볼 때 볼 수 있다” 며 “가장 아래에서 마을사람들을 볼 때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꼼꼼히 챙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마을을 돌보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김 이장이 있는 동촌리의 밝은 미래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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