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1799-1850)의 소설 ‘고리오 영감’은 두 딸들에게 지극정성으로 헌신했지만 끝내 버림받고 쓸쓸히 죽어가는 한 아버지의 얘기다.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는 있으나 부모의 자식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는 생각이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냉대뿐이고. 어느새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해 유기된 삶을 산다면 이 사회는 분명 병든 사회일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설훈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인 쟈니윤(79)씨에게 “한국에서 60세전후가 정년인 것은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나이보다는 논란이 된 ‘보은인사’를 에둘러 지적하려다 나온 말실수일 수도 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는 가수 서유석의 노래 ‘너 늙어 봤냐’를 패러디한 자작 뮤직비디오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30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튀어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고 부르지. 월요일엔 등산가고 화요일엔 기원가고 수요일은 당구장에서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초상집...’ 이어서 후렴구가 이어진다. ‘너 늙어봤냐. 난 젊어봤단다’. 하지만 이 노래는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을 향한 한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다. ‘이제부터 새 출발이다. 마누라도 말리고 자식들이 말려도 나는 할 거야.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 서양 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 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 볼 거야’. 얼마나 멋진 반전인가. 건강한 노령인구가 늘어난 세태를 반영하는 이 노래는 인생2막을 새롭게 출발하려는 노인들 얘기여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중견 제조업체인 가토제작소엔 60세 이상의 사람들을 따로 채용하는 제도가 있다. 2001년 당시 전무이사였던 창업자 4세 가토 게이지는 주말에 공장을 쉬어야 하는 게 불만이었다. 어느 날 지역 내 연금 생활자 중 절반 이상이 연금만으로는 생활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봤다. 그는 보살펴줄 가족이 없는 고령층이라면 월급을 많이 주지 않아도 주말에 일하러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적중했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젊은이의 패기도 높이 살만 하지만 어르신들의 경험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홀대를 한 대서야 되겠는가. 말로만 고령화 사회를 떠들어댈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실감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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