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면 내동리 이장은 연임이 없다. 140세대, 330여명이 살다보니 공평하게 마을 봉사를 하기 위해 2년씩만 한단다. 그런데 벌써 세 번이나 이장을 맡은 주민이 있다. 바로 문창옥(64)이장이다.

내동리에 도착하니 길 가던 주민들이 문이장을 보고 멈춰 서서 반갑게 인사 건네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문이장이 세 번이나 주민들의 선택을 받게 된 이유가 엿보인다.

문이장이 처음 이장을 맡았던 때는 지난 2002년이다. 제주도에서 25년간 살다 고향 내동리에 돌아와 처음 맡은 마을 일이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을 때라 겁 없이 했제. 이장으로서 마을을 처음부터 알아간다는 생각뿐이었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낡아버린 여성 노인회관이었단다. 부지런히 발로 뛰며 노인회관을 신축해 지금은 어르신들 놀기 좋은 깔끔한 공간이 됐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두 번째 이장을 맡았다. 당시 마을회관이 비가 오면 물이 줄줄 샐 정도로 노후화 돼 신축하기 위해 의견이 분분했다고.

“사람이 적은 마을이건 많은 마을이건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 않것소? 그러니 의견 모으는 게 제일 힘들제. 허허” 다행히 잘 해결돼 구회관을 헐고 새로 지을 수 있었단다. 주민들에게 값어치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문이장의 노력 덕분이다.

그런 문이장의 이번 목표는 마을의 소식통이 되는 것이다. 마을이 고령화되고 있어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소식통이 되고 싶단다.

내동리의 65세 이상 주민 수는 70%정도다. 이 중 귀가 어둡거나 기억력이 감퇴된 노인들이 많아 마을 소식이나 지원 사업 정보 등을 방송해도 모르는 분들이 많은 상황이다.

“마을에서 물품을 신청 받아 주문할 때가 있거든. 주문 해놓고 다음날 다시 와서 ‘내가 어제 주문을 했소 안했소?’하고 물어볼 정도여. 그러니 방송을 해도 주민들이 다 기억 하것소?”

혹여나 주민들이 필요한 소식을 놓칠까봐 만날 때마다 어떤 방송을 했는지, 어떤 소식이 있는지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집으로 찾아뵙기도 한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봐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닌다고. 덕분에 주민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아 훨씬 친근해졌다는 게 문이장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모르는 걸 다시 물어보면 열 번이고 백번이고 차근차근 알려드려야제”라는 문이장. 주민들과 소통하는 이장이 되고 싶단다.


백번 천번 알려주는 마을 소식통
주민들이 믿어주는 최고이장 꿈꿔

또 다른 목표는 깔끔한 마을 만들기다. 내동리는 마을 앞으로 바닷가가 넓게 펼쳐져 있다. 햇빛이 너울져 반짝이는 바다가 내동리를 감싸 안은 모습이다. 이 장관이 여름철에는 독이 된다. 바닷가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아 쓰레기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주민들이 쓰레기 치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장 입장에서는 ‘애가 터지는 상황’이라고. 이를 해결해 마을 주민들이 좀 더 편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마을로 가꾸고 싶단다.

내동리는 마을 공동사업장이 두 곳이나 있다. 바로 굴과 개불이다. 넓은 갯벌을 갖고 있어 수산자원이 풍부한 덕에 가능한 일이다. 타 지역에서까지 내동리는 복 받은 마을이라며 부러워할 정도다.

특히 얼마 전 ‘개불 터는 날’을 진행해 마을 소득 1억원을 올렸을 정도로 개불이 유명하다. 문이장의 할아버지 세대 때도 개불을 잡았다고 할 정도로 내동리의 개불잡이 역사는 오래됐다.

당시에는 호미로 개불을 잡아 술안주로 몇 점 해치우는 정도였는데, 개불을 잡는 장비도 좋아지고 참여하는 주민이 많아지면서 활성화가 됐단다. 지금은 설을 전후로 1년에 한 번씩 개불잡이를 진행한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만큼 단합이 잘 된다. 어촌자율체공동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어 자주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2년에 한 번씩 경로잔치를 열 때면 마을 전체가 시끌벅적 즐거운 소란이 일어난다고.

“우리 내동리는 단체심이 아주 좋아. 중요할 때는 단단하게 딱 뭉쳐. 청년회에서 다 같이 짜장면이나 한 그릇 하자고 했더니 250여명 정도 왔더라고” 정기적인 행사가 아닌데도 주민들이 거의 다 모였다며 마을 화합 자랑에 여념이 없다.

앞으로도 주민들이 서로 뭉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단다. 주민들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챙길 수 있는 이장이 되고 싶다며 쑥스러운 듯 포부를 밝힌다.

그에게 최고 이장은 노력하고 봉사하는 걸 주민들이 알아주는 이장이다. "주민들이 따라줘야 이장이지, 안그러면 그건 가짜 이장이여 가짜“라며 주민들이 믿어줄 때 가장 큰 힘이 된단다. 내동리 최고 이장이 되기 위한 문이장만의 열혈 스토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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