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는 지방자치제도하에서 각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이면서 주민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또 행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 해소와 행정의 불편부당함에 대한 공정성을 확인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법령이 국가를 변화시키듯이 조례는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에 기획취재를 통해 해남군의 조례에 대해 살펴보고 군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조례 제·개정의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지방자치단체가 법의 범위 안에서 추진하는 자체사무와 관련해 지방의회의 의결로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 조례다. 조례는 지방자치제도하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이면서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방자치 법구는 조례와 규칙으로 구분된다.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하고 정부에서 시행령을 제정하듯이 조례는 지방의회에서 제정하고 규칙은 군수가 제정하여 운영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각 자치단체나 의회의 활동여부에 따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례 제·개정을 적극적으로 하는 의회가 있는 반면 소극적인 조례제·개정에 따라 주민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경우도 많다. 조례제정은 군의회의 의정활동과 지방자치 발전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2013년 10월 현재 해남군이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조례는 215개, 규칙 81개로 해남군의 자치법규는 296개다. 이 같은 해남군 자치법규 개수는 전남도내 22개 시군 중 21번째로 적은 숫자다. 전남도내 22개 시군중 목포시가 467개로 가장 많고 나주시 465개, 강진 346개 등 구례를 제외한 전남의 모든 지자체들이 해남군보다 많은 자치법규를 가지고 있다.

해남군의 자치법규를 살펴보면 자치법규 대부분이 법에 의해 필수적으로 제정해야 하는 필수 조례다. 조례는 조례제정의 재량여부에 따라 필수조례와 임의조례, 주민과의 관계여부에 따라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조례와, 지방자치 단체의 내부조직이나 운영에 관한 조례로 분류된다. 필수조례는 법령에 의해 반드시 제정해야 하는 조례이고 임의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재량에 의하여 제정하는 조례다.


농업군 표방 관련 조례는 11개, 문화관광도 12개뿐
친환경농업 분야는 하나도 없어


농업과 문화관광을 표방하고 있는 해남군임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문화관광 분야의 조례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해남군의 조례 중 농업분야를 조례 개수는 친환경농산과, 유통지원과, 농업기술센터, 축산진흥사업소를 총망라해도 11개뿐이다.

친환경농산과 관련 조례를 살펴보면 농지관리에 관한조례, 해남군 귀농인 지원조례, 해남군농어업인소득안정을 위한 소득보전 조례, 주민소득지원 기금 운용관리 조례가 전부다. 해남군 귀농인 지원 조례를 제외하곤 필수조례로 당연히 제정해야 하는 조례다.

해남군은 친환경농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친환경과 관련된 조례, 해남농수산물과 관련된 조례는 한건도 없는 실정이다.

문화관광분야도 마찬가지 12개가 전부다. 심지어 해양수산분야는 1개, 산림녹지 6개, 기업도시 4개 등이다. 특히 가장 많은 민원이 야기되고 군민들의 갈등요소가 잠재된 분야가 복합민원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조례는 단 한건도 없다.

해남군청 내에는 1실 13과 151개 담당이 있다. 151개 담당 모두 제 역할이 있고 행정을 집행한다. 행정집행은 법에 딸 이뤄지지만 이를 해남군의 현실에 맞는 제도적 장치인 자치법규가 한 건도 없는 담당부서가 많은 실정이다.

해남군 자치법규 중 가장 많은 개수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행정지원 분야로 49개, 기획홍보 29개, 세무회계 22개 등이다. 해남군의 특성을 살린, 군민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자치법규를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해남군도 조례정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상위법령 제·개저에 따라 조례도 법령의 범위 내에서 제·개정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위 법령에 의한 조례 제·개정 뿐만 아니라 행정환경의 변화와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해 현실에 맞는 조례 제·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7월 모 지자체의 전직 단체장이 지방자치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단체장은 “강의준비를 위해 해남군의 현황을 살펴보던 중 자치법규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전남도내 군 지역 중 가장 웅군인 해남군의 자치법규 숫자가 제일 적다라는 것에 대해 이해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 전직 단체장은 “조례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지자체 주민들의 권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며 행정의 공정과 효율성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치법규”라고 말했다.
자치법규와 관련해 모 군민은 “행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모호한 법 적용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동안 제기됐던 보조사업, 투자유치 과정에서의 말썽은 해남군의 자치법규 없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의 없어, 몰라서, 예산이 확보 문제로 조례 제·개정 걸림돌
6대 해남군의회 의원발의 3건 뿐

자치단체의 자치법규와 관련해 한양대 조례클리닉센터 전기성 교수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꼭 필요한 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아 주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나 잘못 만들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자치단체 자치법규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미 제정된 조례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 교수는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요구를 담아 조례 제·개정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이 의무지만, 단순히 자치법규의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조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몰라서, 성의가 없어서, 예산이 없어 제정하지 못하는 경우 등 3가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해남군의회의 역대 조례발의 건수는 1대 1건, 3대 10건, 4대 1건, 5대 4건, 6대 3건이다.

조례제·개정은 청구권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의회 의원, 지방의회 위원회, 주민이 발의 할 수 있다. 해남군수가 조례를 제·개정 하기위해서는 주무부서의 검토와 부서간 협의,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입법예고 , 조례규칙심의회 심의를 거친 뒤 군의회에 상정해 의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군의원과 위원회의 조례 제·개정은 군수보다 간단한다. 의원발위 조례 제·개정은 조례안을 발의한 의원이 조례안은 작성한 뒤 동료의원을 찬성 서명을 받아 군의회에 상정해 의결하면 된다.

물론 조례 제·개정은 지자체의 예산확보 여부와 제도도입의 현실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조례 제·개정은 주민 참여 확대와 공공복리 증진, 투명행정, 상위법령 개정에 따른 정비, 주민에게 부담을 주는 규제 완화, 주민편익증진을 목표로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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