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이지엽

2014년 2월 17일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
무대 조명이 터지며 우르릉 쾅쾅
천장이 V자로 꺾여 와르르 무너졌다
10초도 안 된 짧은 순간에

20년 전 1994년에는 성수대교 붕괴로
여고생 등 32명이 사망했고
40년 전 1974년 대왕코너 참사 88명,
1971년 대연각 호텔 166명이 사망했다
모두가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들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이 사망 한 것도
화성 수련원 화재로 유치원생 23명이 사망한 것도
인천 호프집에 모인 중고생 55명이 사망한 것도
아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었다
이 모두가 안전 불감증
완전히 나사가 빠진 망가진 기계들이었다
아파도 아프지 않고 브레이크도 없이 계속 돌아가는

너희들 떠나던 캄캄한 그날 밤 우박처럼 단단한 돌조각 눈이
오늘 우리를 다시 때리는구나
물기 잔뜩 먹은 습설들이 온몸을 내리치는구나

고혜륜, 강혜승, 박주현, 김진솔, 이성은, 윤채리, 김정훈, 박소희, 양승호
아름다운 꽃들아 청춘들아 별이 된 이름들아

<시작메모>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인재(人災)라는데 각성하는 기운이 없다. 이번 리조트 붕괴사고도 그렇다. 대학은 총학에 책임을 미루고 총학은 대기업에 미루고 있다.

대학 천 명이나 넘는 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가는데 가서 점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가. 일반인 숙박도 다 환불해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내 아들 딸이 간다고 하면 그렇게 보내겠는가. 오늘도 사고는 어딘가에 예비 되고 있다. 무서운 눈을 번뜩이며 틈을 노린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그 놈은 여지없이 파고든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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