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면 마명리 마을회관은 오늘도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넘쳐흐른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새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매일 모여 담소를 나누기 때문이다. 여기엔 박의우(63)이장의 공이 크다.

“이장을 하고 보니 회관을 다시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올해 4년차 이장인 박이장은 마명리 토박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활을 잠시 한 것을 빼면 마명리를 떠난 적이 없었다.

오랜 세월 마명리에서 살아왔지만 이장을 맡기 전과 맡은 후가 확연히 달랐다. 주민으로서 회관을 이용할 땐 불편하다는 생각으로만 끝났는데, 이장을 맡고나니 회관을 신축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노력하게 됐단다.

“예전 마을회관이 지어진지 오래 돼서 좁고 부엌도 따로 없었어. 방에 싱크대 놓고 노인들이 음식 해먹고 그래서 냄새도 엄청 났지. 이장 하고 나니 이런 데에 관심이 가더라고”

마명리의 실 거주자는 130여명, 대부분이 65세 노인들이어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서다. 박이장의 노력 덕분에 지난해 12월 30여평의 넓은 마을회관이 생겼다. 매일같이 10명의 주민들이 마을회관으로 모여든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회관으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운 공간이 됐다.

이장을 맡은 첫 해에는 상수도탱크를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이장 되고 나서 상수도 탱크 청소를 하러 갔는데 뱀까지 들어 있었어. 지하에 묻혀 있고 오래돼서 아무리 뚜껑을 잘 닫아도 이물질이 들어가는 상태였지”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더러워진 물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싶지 않았단다. 덕분에 지난 2012년 상수도탱크를 스테인리스로 교체했다.

상수도 탱크를 새로 짓고 나니 문제가 하나 생겼다. 겨울철 상수도가 얼어 터지는 빈도가 잦아졌던 것. 마명리는 화산면 중 상수도가 가장 먼저 들어와 그만큼 배관이 많이 낡은 상태란다.

상수도 탱크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려 놓으면서 낡은 배관에 가해지는 수압이 세져 이전보다 많이 터진다는 것이다. 수도관이 터졌다는 연락이 오면 상수도 탱크가 있는 산에 올라가 잠그고, 수리가 끝난 후 다시 틀어주느라 바쁘다고.

“수도관이 터졌다는 전화만 받으면 밤이고 낮이고 바로 출동해서 잠가야지. 출동기사여 출동기사. 허허” 출동기사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이 이장에게 볼 일이 있을 때면 박이장이 직접 찾아간다. 집이 멀어 주민들이 이장을 찾아오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란다.

주민화합 잘 돼 이장 할 맛 나지

마을일에 부지런히 출동해서인지 마을 노인들은 가전제품이며 보일러 등이 고장나도 박이장에게 연락할 정도다. “이장을 하다보면 자기 시간 뺏기는 게 있더라고. 그래도 주민들에게 연락 오는 건 신뢰 받고 있다는 증거니까 웃으면서 나가. 애초에 이장은 봉사정신이나 희생정신 없으면 할 수가 없는 일이여”

박이장이 기분 좋게 마을일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의 화합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주민들끼리 대화가 잘 통해 갈등이 없고, 협동정신이 강해 서로 돕고 산단다.

마을회관 신축 후 객지로 떠난 주민들이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후원했을 만큼 마을에 대한 애착심도 강하다고. 요즘도 고추모종 할 때면 주민들끼리 돌아가면서 품앗이를 하고 있다.

“마을 화합은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 평화롭잖아. 그래서 이장 하면서 목표도 거창한 건 없어. 지금 이 평화로움을 지키면서 우리 주민들이 더 편하고 더 좋은 생활 할 수 있었으면 하는거지”

남은 임기 동안 마명 하천 250m가량의 석축을 정비하는 것이 박이장의 목표다. 새마을 사업 때 돌로 석축을 했던 부분이 패어져 허물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올 때면 주민들이 위험할까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란다.

“우리 마을 주민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꿈이지. 다들 바라는 게 그런거잖아. 암만 다른 말로 표현해봐야 다 그 말이 그 말이여” 행복한 웃음꽃을 전달하기 위한 출동기사 박이장의 하루는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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