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면 월성리 손동수(47)이장은 젊은 나이에도 주민들을 위해 발로 뛴 지 벌써 9년차인 똑소리나는 이장이다.

월성리는 63세대, 주민 수 171명인 마을이다. 그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들이 마을인구의 65%를 차지한다. 북일면 평균이 35~40%비율인 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고령마을이다. 그래서인지 월성리에서는 북일면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작년에 20주년 행사를 마쳤단다.

손이장도 마을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주민간의 화합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마을 발전을 위해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실 있는 마을이 되기 위해선 주민들 간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마을을 꾸려나가려면 주민들이 서로를 위할 수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서다.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해가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농촌도 변해가고 있어요. 자신 위주로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러다보면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서로 마음이 멀어져가요. 이런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이장이 할 일이죠”

또 과거 공동체정신이 강했을 때는 주민들이 마을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했지만 현재는 수동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룬단다. “개인화되다보니 ‘나 하나쯤 없어도 되겠지’하는 생각들을 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주민 한 명 한 명이 마을을 이루는 것이니 누구 한 명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요”라며 농촌 분위기가 바뀌어야 농촌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월성리에서는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가 10여 곳이 된다. 월성리의 친환경농사는 단순히 인증기관에서 인정받는 친환경이 아니라 땅을 살릴 수 있는 친환경농사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란다.

손이장은 “퇴비와 비료가 무엇인지 등 원론적인 것에서부터 다시 공부했어요. 친환경은 농약을 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땅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라며 “땅이 살아야 병해충이 없고 품질 좋은 쌀이 생산돼요. 그래서 우린 땅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처럼 벼멸구가 극성인 해는 친환경으로 극복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해마다 나타나는 병해충을 친환경만으로 헤쳐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친환경을 '땅 살리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약을 하지 않으면 다 친환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아쉽단다.

손이장이 친환경 농산물 유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의 수확과 직결되기 때문에 끝까지 친환경농사를 지으라고 고집할 수 없어 걱정이 크다. “수십 년간 관행농법으로 농사지은 땅이 무농약 2~3년 한다고 금세 바뀌진 않죠. 10년, 아니면 최하 5년이라도 친환경농사를 두고 본 뒤 그때 제대로 검사 해야해요”

또 “단기간에 성과를 원하니 주민들이 버티질 못해요. 그러면 잠시라도 친환경농사를 지었던 땅에 다시 약을 치게 되죠. 친환경 했던 것이 쓸모가 없어지는거에요”라며 현재의 친환경농사 기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손이장은 친환경농사뿐만 아니라 농산물 가격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농촌 사람들이 고생해서 생산해낸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단다. “마을은 주민이 이루고 있는거에요. 주민들 개개인의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농촌도 활성화될 수 있지 서로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는 힘들죠. ‘나만 먹고 살면 돼‘라는 생각이 들면 주민들간에 정신적인 간격이 벌어져요”

이번 이장직 임기 2년을 마치면 다른 사람에게 이장을 맡기고 싶다는 손이장. 마지막 이장일이라 생각하고 이장 활동에 변화를 줘보고 싶단다. 그중 한 가지가 정보화마을이다.

“이장을 처음 시작할때부터 느꼈는데 농촌사회는 아직까지 정보에 너무 취약해요. 그래서 정보화마을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죠” 제반 시설을 갖춰 정보화마을에 선정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유지하는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고민 중이란다.

손이장이 꿈꾸는 마을은 ‘잘 사는 마을’이다. “잘 산다는 것은 각자의 기준이 있어요. 제가 원하는 건 주민들에게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잘 보살펴드리며, 힘든 일이 있을 땐 함께 걸어나가는거죠. 사랑은 관심이니까요. 함께 돕고 사랑하며 사는 것, 그게 잘 사는 것 아닐까요”

손이장에게 이장이란 자기희생이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농촌이 고령화되다보니 봉사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고, 마을 일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는 등 ‘나’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열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사가 필요한 때’라는 박승희 열사의 말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손이장. 월성리의 전사인 손이장의 열혈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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