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완도, 강진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인 남창리에는 주민과 행정을 연결시켜주는 부지런한 이판수(67)이장이 있다.

세대수 280세대, 주민수 650여명인 남창리는 시골 마을이라기엔 굉장히 큰 마을이다. 이이장은 이곳 남창리에서 태어나 객지생활 6년을 제외하고 쭉 살아왔다. 지난해 이장을 맡아 능숙하게 해내고 있는데, 10여 년 전인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이장을 했던 경험 덕분이다.

현재 남창리에서 열리는 오일장의 공간도 이장이 발판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예전의 남창장은 거리장이었다. 작은 공간이 있었지만 턱없이 부족해 도로변까지 좌판이 늘어섰었다.

거리가 혼잡해져 교통 문제가 생긴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위험했다. 이장은 지난 2004년 오일장 터를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덕분에 지난 2005년 현재의 남창장 공간이 마련됐다.

이이장은 지금도 주민들의 편의에 큰 신경을 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탐진댐 상수도사업도 주민들을 위해 고지서를 일일이 직접 배부한다. 주민들을 만나고 계량기 설치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관련 직원들과 함께 3일간 집집을 다시 돌아보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물을 쓰려면 집집마다 물탱크를 하나씩 놔두고, 아침저녁 시간제 급수 때 물을 받았어야 했어요. 이제는 주민들이 그런 수고를 덜게 돼서 기쁘지요”라며 힘들더라도 앞으로의 주민들 행복을 위해 발로 뛰겠단다.

이이장은 평소에도 마을 주민들의 집을 방문하는 일이 많다. 특히 노인들의 집을 자주 방문하려 노력한다. 남창리의 노인 수는 150여명. 그 중 거동이 불편하고 몸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아 자주 찾아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문안인사도 드리고 간혹 은행 업무나 생필품 구매 심부름까지 마다않고 해드린단다. 요즘은 노인 돌보미가 활성화 돼 수월하다고.

“제가 특별하게 바쁜 일을 하는 것이 없어서 다른 분들보다 시간이 많아요. 이런 시간을 주민들과의 대화에 쓰는 것 뿐이죠”라는 이장의 생각은 사연이 있다. “한때 술을 좋아했었을 때 주민들을 귀찮게 했었어요. 어느 날 ‘내 삶이 이렇게 끝나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이 들어 4년 전 술을 끊었지요”라며 빚을 갚는 심정으로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소통하는 것이란다.

그래서인지 이이장은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큰 신경을 쓴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무너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남창리 주민들은 긍정적인 것만 보고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한다며 “옥에도 티가 있다는 말이 있어요. 좋은 옥을 봐야 하는데 한 점의 티만 보고 있으면 행복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또 "인생은 처음부터 100점이나 0점으로 결정된 건 없어요. 중간 50점에서 어느 쪽에 가깝게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거지요“란다. 주민들이 가끔 교수님 강의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며 허허 웃는다.

주민들끼리 화합이 잘 된다는 남창리는 예부터 줄다리기가 유명했다. 지금은 북평 용줄다리기로 전해지지만 본래 남창이 시발점이 돼 열리는 행사여서 남창 줄다리기라고 불렀었다. 차츰 시대가 변해 농한기가 사라지고, 겨울에도 하우스 작물재배 등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줄다리기 행사가 사라지기도 했다. 다행히 4년 전부터 전통문화를 복원하자는 의식을 갖고 개최하고 있다.

주민 수가 줄어 ‘마을이 좁아진다’는 생각이 드는 다른 마을과 달리 남창리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단다. 남창리는 해남, 강진, 완도 지역의 교통 요충지라는 점이 톡톡히 작용하고 있다. 남창장이 풍물어시장으로 활성화되며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이장은 문화적인 부분이 뒤처지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행히 면 거점소재지 정비사업의 일환인 공유수면지 매립이 3월부터 진행되도록 승인돼 면 복지관, 생태공원, 운동기구 등이 조성될 예정이란다. 해월루 복원과 해안도로도 개발되고 있다.

또 “남창리처럼 큰 마을에 상수도 공사를 이제야 하고 있어요. 그런데 계량기 설치비가 가정마다 45만원 씩 들어요. 분납이 안돼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힘들지요. 주민들을 조금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는데…”라며 털어놨다. 이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커 주민들 재정문제까지 신경 쓰게 된단다.

그가 원하는 마을이 주민 모두가 행복해 늘 웃음이 퍼지는 마을이기 때문에 세심히 살피는 것이리라. 마을 노인당의 어르신도 충실하게 일하는 듬직한 이장이라고 거든다. “이장은 심부름꾼이에요. 마을을 대표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부름이나 다름없죠”라고 말하는 이장. 행복한 심부름꾼인 이이장의 웃음꽃피는 남창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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