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면 관두리의 이장, 김재남(53)이장은 이장업무를 계단처럼 하나하나 밟아가는 계획적인 이장이다.

김이장은 매년 주민들에게 약속을 한다. 한 해 동안 어떤 목표로 마을을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약속이다. “모름지기 이장이라면 주민들과 약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급한 문제점을 파악한 후 테마를 정해 이뤄내겠다고 약속하는거지요. 그 후엔 스스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자연스레 일하게 됩디다.”

지난 2011년에는 공터에 쓰레기를 치우고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를 약속했다. 김이장은 주민들과 약 1000평의 공․휴면지에 해바라기를 심었고 가정에도 해바라기 심기를 독려했다.

김이장과 주민들의 노력만큼 해바라기는 활짝 폈고 작은 축제도 열어 관두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태풍 볼라벤에 의해 해바라기가 쓰러지고 사유지였던 휴면지에 건물이 들어서 다른 공간을 찾아보고 있단다.

지난 2012년에는 고인돌공원을 조성을 약속했다. 관두리에는 오래된 지석묘 고인돌이 있는데, 그 크기가 장축 780cm, 단축 570cm, 높이 120cm로 무게는 4여 톤에 달하고 73년부터 이곳에서 지신제를 지냈다.

그런데 지난 1992년 고인돌이 있던 위치에 우회도로가 건설될 처지에 놓이자 목포대 연구팀이 지석묘를 연구․분석한 뒤 가치있는 유적이라 판단해 현재의 위치로 이동시켰다. 이후 지신제를 다른 곳에 지내게 돼 점차 잊혀져간 고인돌 주변을 깔끔히 정돈하고 정자를 세워 소공원을 세웠다. 관두산 맥이 이어지는 곳이라 보고 고인돌공원에서 기원제를 지낸단다.

관두리는 가구수 약 170호에 300여명이 사는 큰 마을이다. 지난 1980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시등6반과 우항4반이 합쳐져 만들어져 마을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이 때문에 관두리에서 태어나 자라온 주민은 10%정도에 불과하고 직업군도 공무원 25%, 농업 35%, 상업 20%, 기타 20% 등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구심점을 찾기 어려운 관두리의 실정은 대표로서 주민들을 한데 모아줄 이장의 역할이 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이장은 이장을 맡은 지 3년 차인데, 주민 한 명 한명씩 보살피는 시간을 많이 못 내는 것을 마음에 걸린단다.

김이장은 풍물패를 조성하고 대보름굿을 부활시켰다. 타지사람이 많은 관두리 특성상 주민들이 서로 화합하려면 성취감을 느끼게 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부녀회를 주축으로 시작된 풍물패는 저녁 시간을 쪼개 두 달 가량 연습에 매진한 덕분에 18년 만에 정월 대보름굿을 부활시키며 성공적인 첫 선을 보였다. 화합이 이루어지고 나니 황산 면민의 날 입장식 우승을 거머쥐었을 정도로 끈끈히 결집되는 모습을 보였단다.


매년 변하는 마을 만들기 주민들과 약속
이장은 마을 역사를 만드는 것

김이장은 올해 마을회관 신축과 직거래 가능한 친환경 농산물단지 조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사업이다 보니 단기간에 이루기 힘든 부분이라고 털어놓는다. “70년대 지어진 마을회관에 건물외벽 리모델링을 했지만 비가 오면 아직도 물이 샌다“며 마을 노인 90여명이 편히 쉴 수 있는 회관을 만들고 싶단다.

군 보조와 주민들의 후원만으로 회관을 신축하기란 어려운 일. 김이장은 마을회관을 신축하기 위해 전라남도 시행사업에 낼 계획서를 만들어내느라 동분서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환경단지 조성도 시도했지만 친환경 농사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내년에 13명 정도를 뽑아 친환경농사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고. “농산물 포장은 인적 자원이 필요한데 우리는 자원이 풍부해요. 노인들도 참여할 수 있으니 일자리도 얻고 웃음도 얻을 수 있겠지요”라며 일자리 창출과 노인들의 외로움을 줄여주는 일거양득을 노리고 있다.

김이장은 이장을 마을의 살아있는 변천사라고 이야기한다. 마을의 역사를 만들고 주민들 간 화합을 이루거나 흐트러트릴 수도 있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해서다.

이런 김이장의 목표는 시골스런 마을이다. “요즘은 산업화되어가며 정이 없어져가요. 서로 돕고 나누며 살던 시골의 분위기가 있어야 주민들 모두 행복하지 않을까요”라며 마을 분위기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란다.

‘성건지게 이장일하다 보면 괜히 욕만 먹는다’는 말에도 꿋꿋이 주민들에게 약속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김이장의 모습이 고인돌처럼 우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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