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관계는 신중하기 원합니다
물속의 바위처럼
큰 물살을 막아주고
몸을 함부로 뒤집지 않아
있는 듯 없는 듯
들은 말도 쉽게 옮기지 않겠습니다.
징검돌의 간격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변함없는 자세로 서있기 원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의롭기 원합니다
내가 먼저 돌아서서
등을 보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준 정(情)은 변하지 않는 산 같고
한 번 손을 잡으면 그 산자락 그늘 같아
작은 슬픔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맑은 샘물이 흐르고
은은한 풀 향기 넘치는
평안한 뜨락이기 원합니다

하늘과의 관계는 경건하기 원합니다
우러러 결코 부끄럽지 않고
손끝의 작은 믿음이라도
마음결에 새기겠습니다
죽음 앞에서라도 말씀을 안으며
풀과 나무와 별과 시(詩)
서로 몸을 부비며 스치는 바람결에도
늘 소금처럼 겸손하기 원합니다
지는 꽃들과 사물들에게 정답게 인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원합니다

■시작메모
할 수 있다면 나와 남과 하늘에게 작은 약속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서로 기댈 수 있는 등을 스스로 만들어주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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