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람 난장>은
시와 그림과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모임이다
장르간의 벽을 허물고
너와 나를 허물고
빈 몸으로 모이는 아름다운 모임이다

이 바람 난장 식구들이 4 3을 기념해
남제주 안덕 무등이왓에 모였다.
무등이왓은 동광리 5개 부락 중 가장 큰 마을
대나무가 많아
탕건, 망건, 양태, 차롱을 만들던 마을.
무자년 섣달, 꿈에도 몸서리치는 일이 여기서 일어났다
도너리 오름 앞쪽 큰넓궤에 숨어든
마을 사람들이 100명 넘게 죽었다

잠복학살터는 토벌대원들이
전날 죽은 동네 사람들을 수습하러온 사람들을
잠복하면서까지 죽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사람들을 잡아다 짚더미나 멍석을 쌓아
그대로 불을 질렀다
모두 어린애거나 부녀자였다

광신 사숙과 물방아터를 울담따라 도니
봄동이 푸릇 고개를 내밀고 꿩미농도 싱긋거린다
오승철 시인은 댓잎들 수런거리는 소리를 술잔에 따라 절을 했고
이정순 오카리나 연주에
박연술 무용가는 거친 돌밭에서 맨발로 춤을 추었다
김정희 낭송가는 동백 떨어지는 소리로 낭송을 했고
김해곤 감독은 그 소리까지를 비디오로 촬영했다

“난 돼지집에 숨언 살았수다
살려줍서 살려줍서 허는 애기 놔두고
나만 혼자 살아나수다“*
헛묘를 돌아나오니
정겨운 연기 피우듯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올 듯하고
저 오불조불한 올레길로 조막만한 아이들
금방이라도 노래 부르며 뛰어나올 듯하다

■시작메모
제주에는 4 3 때 마을 전체가 없어진 곳이 몇 군데 됩니다. 근대사의 아픈 질곡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곳입니다. 몇 십 년이 지나도 해진 뒤엔 이 일대 사람이 얼씬 안 해요. 평생을 동광리 살아온 마을 사무장의 말이 아프게 와 닿았습니다. 만약 토요일에 제주도에 있다면 <바람 난장>을 꼭 따라 가보세요. 마음이 훗훗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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