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다비드상을 만들 수 있었냐고
아주 담담히 대답했다
큰 돌에서 다비드 아닌 것만을 제거한 것뿐이지요

그가 이 조각이 거의 완성될 무렵
소스라쳐 놀랐다
이럴 수가, 원석 가운데 박힌 깊은 금!

절망하며 깨뜨려 버리려고 하는 그 순간
그는 자신에게 깊게 그어진 금을 보았다
성 베드로 성당 건축이 브라만테에게 맡겨졌을 때
로마를 버리면서까지 몸부림쳤지만
결국 지워지지 않던 금

그 금이 누구에게나 있는 상처의 흔적일 수 있음을
그는 깨달았다 그리고 그 금을 살려
마침내 3년 만에 4.5m의 거대한 높이로 탄생시켰다
결이 좋지 않고 조각하기 힘든 거대한 대리석에
왕이자 위대한 시인 '다윗의 승리'를 담아낸 것이다

깊게 그어진 그 금은 마치 살아 있는 듯한 근육이 되고
피가 흐르는 핏줄이 되었다
단지 스물여섯이었음에도
미켈란젤로는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조각가 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그리고 절실하게 살아간다는 일
어렵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사랑 아닌 것을 제거하고
매순간 절실하지 않는 것을 제거하는 일이다

■시작메모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진리 아닌 것, 정도 아닌 것, 원칙 아닌 것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다 보면 아름다움이 나타나겠지요. 그런 2017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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