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라는 말에는
청명한 바람이 붑니다
고인 냄새를 일시에 흩어버리고
그 사이를 말간 바람으로 채우는
그래서 환하게 웃는
웃음의 마력을 지녔습니다
물어보는 이에 대한
순종의 미덕이 있고
무한 신뢰하는 믿음이 있습니다

'아니오'라는 말에는
단호한 바람이 붑니다
지속가능한 고요의 흐름을 돌파하고
그 사이를 새 물길로 채우는
그래서 결연한 표정
용기의 힘이 넘칩니다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잘못에 대한
준엄한 의지가 있고
세상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있습니다.

'예'가 이 땅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왔습니다
돕고 의지하고
이끌고 보살피는
둥근 두레밥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아니오'가 이 땅의 참된 평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자유롭고 활기차고
점검하고 반성하는
갑을이 상생하는 식탁을 만들어 왔습니다

늘 예라는 순종의 절대 진리 앞에
늘 예라고만 말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어느 하나가 결코 바른 답일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법고法古 위에 창신創新이 있듯이
우리가 스스로 분별의 자리에 서는 것입니다.
<시작메모>
'예'라고만 강조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닌 것에는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세월호'가 그렇고, 스크린 도어 사건이 그렇고, 아직도 평화라는 이름하에 덮인 무수한 불평등이 그렇습니다. 나는 혹시 누군가에게 갑의 잘못을 하고 있지 않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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