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연계해 농어촌상생기금 조성 계획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농업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래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대응해 정부 지원이 크게 확대돼 왔음에도, 농가소득은 정체되고 농업 생산성 향상에도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게 비판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급속한 시장 개방 확대 속에서도 농업 부문의 부가가치는 2000년 21조 원에서 2014년 26조 원으로 성장했다. 이는 시장 보호라는 정부의 보호막을 벗어나 무한경쟁의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20년간 지원한 농업보조금 129조 원 가운데 70% 이상이 사회간접자본과 관련된 것으로, 농가에 직접 지원된 것보다 2.5배 정도 많다. 농업 투자 확대의 결과로 소비자들은 사시사철 신선하고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농촌이 제공하는 쾌적한 공간에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농가의 상당수가 고령인이어서 전체 농가의 평균만을 보면 농업 지원의 효과가 없다는 착시효과가 있다. 그러나 농업 내부는 지속적 변화를 통해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을 이뤄 왔다. 쌀의 경우 40% 정도의 농가가 전체 재배면적의 80%를 경작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실질농업총생산은 연평균 1.1%씩 성장해 선진국 수준의 토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 농가소득은 정체돼 있지만, 농업의 주축을 이루는 40∼50대, 경영 규모가 2.0㏊ 이상인 전업농가의 소득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평균 농가소득은 1.2%, 농업소득은 6.7% 증가한 데 비해 전업농의 농가소득은 9%, 농업소득은 10%나 늘었다. 2008년에 비해 평균 농업소득은 6.7% 증가했지만 전업농의 농업소득은 38% 정도 늘어 큰 차이를 보인다.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성공한 사례도 빈번하게 소개되고 있다. 첨단 유리온실이나 현대화된 축사(畜舍) 시설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시장 개방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극도로 시설투자를 기피해 오던 농업인이 이제는 조금씩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장기간 정체돼 온 농업 자본 스톡이 증가세로 전환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제 농업의 성장동력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농업 여건 변화를 도외시하고 농업 투자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해 농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한다면,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 젊은 창업농의 증가, 농업의 6차 산업화 등 모처럼 일어나고 있는 농업 성장의 싹을 틔울 기회의 상실이 우려된다.

농업부문 정체에 대한 지적은 오히려 농업 지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농업의 공익적 역할을 확대하라는 의미로 되새겨야 할 것이다. 농업보조금의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여건 변화에 따라 적합한 부분으로 투·융자를 전환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농업은 생존과 직결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며,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생명산업이다. 또한, 국내 부존자원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세계 경제의 변동에 저항력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겪은 혹독한 세계 경제의 변동기인 1998년과 2009년 농업 부문의 국민경제 성장 기여도는 -0.4%와 0.1%로 제조업의 -1.7%와 -0.4%에 비해 4배 정도 컸다. 농업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버리고 농업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 농업의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경제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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