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깻잎에

감기는 황토 텃밭의

누릇한 햇살도 햇살이지만

그의 입술에는

아삭하게 씹히는 야채와 같은

가을 이야기가 있어 좋다

 

무엇보다 싱싱하게 차오르는

시월 강의 힘줄 같은 싱그러움이 있어

자꾸 눈길이 머무르는 부두

뱃고동의 누긋한 회귀선이 포물선을 그리고

 

새콤달콤 초고추장으로 버무려낸

대청마루 같은 그리움이

아미에 엷게 떨린다

얇게 포를 뜨고 있는 10월 햇살들

 

무량한 인사말을 다 뒤에 감추고

굵게 채를 썬 무와 배, 어슷하게 썬 붉은 고추

달큼한 오후를 모두 버무리고 있다

 

한 접시면

없던 입맛도 돌아오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데

고소하고 고소한 맛의 뒤끝에 감기는

이 잔잔하고 여릿한 여운이여

 

잔가시 같은 슬픔이

드문드문 은비늘처럼 빛나는 저녁답

이제는 가뭇한 이름들 하나하나를

가만히 불러 하늘가 뉘여 본다

 

<시작메모> 해마다 고산문학 축전에 전어회를 제공하는 내 친구 안준승이와 최종석이는 아무래도 전어를 닮았습니다. 머리와 내장, 지느러미를 제거한 전어를 포를 떠서 채 썬 전어에 무ㆍ배를 썰어 넣고 풋고추ㆍ붉은 고추ㆍ쪽파를 넣어 초고추장에 버무린 전어회의 백미는 고소한 맛입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조금은 삐진 듯 어슷한 어조에서는 순 토종 해남의 어눌함과 반골(反骨)의 정신이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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