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을’을 생각한다

이지엽

장욱진의 마을(A Village)에는
세 채의 집과 세 그루의 나무가 엇갈려 있다
그 사이로 해와 소와 개가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고 있다
뾰족한 못을 여러 번 긁어 해를 그려넣었다
아래쪽 집 두 채에 가득히 그려넣은 어린이 얼굴
천진난만한 얼굴들

이것이 마을이다.
그러니 마을은 사람이며 세계이며 작은 우주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학교가 있고 스승이 있다
칠판이 없어도 아이들은 배우고
상점이 없어도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는다

간디의 마을 ‘스와라지’,
서로가 하나로 서는 자치, 자립의 마을
마을은 스스로 생명을 가질 때 참된 가치가 있다
마을은 도시보다 문명보다
IT보다 더 중요하다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고 미래가 산다

임실 치즈마을, 간디생태마을, 함양 두레마을,
산청의 민들레공동체마을
볏단황토집을 짓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하고
유기농 생태마을을 만들고
그래서 찾아오게 해야 한다
풀뿌리의 민중도 저절로 이루어진다.
잘 사는 마을이 희망이다

<시작메모>
마을이 희망입니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결과는 농촌의 전면적인 몰락과 함께, 외국농산물에 대한 의존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위태로운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했는데 식량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22퍼센트라니요. 그러나 전국 여기저기 마을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고향 해남도 이렇게 깨어나는 마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해남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엽시인 약력>
-해남군 마산면 출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고료 신인상과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과 시조집<사각형에 대하여>외 다수.
-중앙시조 대상, 유심 작품상 등 수상, <현대시 창작강의>외 저서 다수.
-계간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주간. 현재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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