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부족한 교육혜택이다. 학교 외에는 정규 교과목을 배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고 얼마 없는 보습학원들 또한 모두 읍에 위치해 있어 면단위 학생들은 평등한 교육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원면 역시 상황은 다를바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화원고등학교가 내놓은 프로그램이 바로 ‘교육기부’이다.

교육기부는 학생이 선생님이 되어 나이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다. 화원고등학교는 화원중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1대1, 사제관계로 맺어준다. 멘티-멘토가 되어 매주 토요일 오전에 만나 수업을 한다. 수업 내용과 진도 등은 모두 학생들끼리 결정해야 하고, 수업준비도 멘토 학생이 스스로 해가야 한다.

수업 진단에서부터 피드백까지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실제로 교사 마인드를 갖추고 학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멘토-멘티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처음 만나는 학생과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수업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멘토의 역할을 해나가는 것은 엄청난 심적 부담감이었다. 그래서 교육기부 첫 날은 학생과의 관계형성을 목표로 많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다행히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고, 학생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어떻게 수업을 할 것인가를 결정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학생은 스스로 수학과 영어 예습을 해나가고 있었지만 개념과 원리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지식으로 완벽히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었고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하지 못해 문제 응용도가 매우 떨어져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가장 먼저 나는 중학교 교육과정을 학생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맞춤형 교재 제작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한번밖에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참고서를 활용하여 기본·심화 문제를 배열하고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응용문제들을 찾아 알맞은 분량을 제공해 주었다. 또한 영어학습은 우리만의 규칙을 정해 꾸준히 단어를 외우고 그 단어를 활용해 간단한 영작문을 하는 것으로 수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1년간 교육기부를 통해 학생은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꾸준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 나갈 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 과목은 문화와 언어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영어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의 빈도가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고 학습내용을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적향상을 보일 수 있었다.

또한 수학 과목 역시 대책 없는 선수학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출발점을 확실히 정하고 내용 위계에 따라 문제를 구성해서 학생의 완전학습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진행했을 때 확연한 학습 성과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일에는 교육기부를 하지 않지만, 교육기부에 참여하는 다른 멘토들과 잘못된 부분은 교정을 해주고 서로 학습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화원고등학교의 교육기부는 농촌 지역 학생들을 위한 획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며 지역 후배들을 양성하고 인재로 기르기 위해 학교의 주된 역할을 보조해 줄 수 있는 화원고만의 특색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교육의 참 뜻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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