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겨울이 찾아온 듯하다. 가을은 점 하나 찍고 떠나갔다. 겨울 채비를 서둘러야할 때다.
“창문에 뾱뾱이 (에어캡) 붙이자.”
아침 밥상을 물리자 남편은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한다.
“제가 보조할까요?”
“당연한 말씀.”
오늘도 두 부자는 환상의 콤비다. 환이가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남편은 에어캡을 붙인다. 크기가 맞지 않는 것들은 자와 칼로 재단을 해 잇대어 붙여야 한다.

“자랑 칼 준비!”
“넵! 자칼(자와 칼) 대령이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그런데 진도가 더디다. 꼼꼼쟁이 남편은 뭐든 대충하는 법이 없다. 이왕할 거면 제대로 하자! 실천하는 중.
설거지며 빨래까지 다 마치고 엉덩이를 붙이고 쉬려는데 자꾸 눈치가 보인다. 주말은 쉬어야 제 맛인데. 뭐든 거들어야 할 것 같아 내친 김에 커튼을 가져다 다린다. 어두워 빼놓은 것을 방한용으로 달아 바람을 막아볼 심산이다.

겨울나기 준비를 끝내고나니 금세 점심때다.
“아빠, 방안 온도가 20도예요.”
아직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고 온수매트에 의존한 방 온도는 17, 8도에 머문 지 오래다.
“오늘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 거 아냐?”
“밖에 얼마나 찬바람이 부는데 그러세요! 마당 한 번 나가보세요.”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부자는 에어캡을 감싸 안고 뿌듯해 하는 중이다.
“확실히 냉기가 없어.”
“진짜네요? 비닐 한 장이 3도나 올려요?”
“네 눈으로 보고 있잖아.”

대단한 일을 도모한 공모자가 되어 부자는 낄낄대며 좋아한다.

사실 나도 깜짝 놀랐다. 저 얇은 비닐 한 장의 힘이 그렇게 셀 줄 몰랐다.

냉기 도는 단독주택에서 살다보면 온도와 바람, 햇볕 같은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문풍지만 붙여도 안으로 새어드는 바람의 양이 현격하게 줄어든다. 그리고 겨울 햇살 비추는 창가의 따뜻함이 얼마나 평화롭게 하는지 안다. 매트 위에 깔아놓은 이불 한 장이 얼마나 따사로이 온 몸을 감싸주는지 안다. 보잘 것 없는 그 작은 것들이 얼마나 힘이 센 지 안다. 작다고 얕잡아 보지 마라.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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