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농사짓느라 정신없이 바쁘다는 산이 외송리. 농사 규모가 큰 주민들이 많은 부농 마을이란다. 쉴 틈 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도 30~40대의 젊은 청년들이 농사와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올해 이장을 맡은 박영선(39)이장도 그 중에 한 명이다.

박 이장은 귀농한지 5년째다. 고등학생 때 외송리를 떠나 경기도에 자리 잡았다가 나이드신 부모님의 농사일을 물려받기 위해 고향으로 되돌아 왔다. 신출내기 농사꾼 티를 벗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지금은 논 2만평과 밭 1만5000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

“외송리는 청년이 많아요. 마을청년회에 11명이 가입해 마을 일을 돕고 있는데, 대부분 30~40대인 진짜 청년들이죠. 농사를 많이 지어서 바쁘지만 다들 마을일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외송리 청년회는 마을 보물이다. 외송리는 120여명의 주민들 중 대다수가 65세 이상 노인들인데, 젊은 청년들이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봉사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서란다.

청년회원들은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면 해결사로 나서 주민들을 돕고, 농사짓는 틈틈이 마을 경관정리도 하고 있다. 또 여름철 방역이 필요할 때면 연막소독 대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직접 약을 뿌려 방역한다. 손은 많이 가지만 내 가족의 일처럼 주민들 일을 돕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웃어른을 공경하고 모시는 전통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매년 칠순이 가까운 노인들을 모셔 식사 대접을 하고, 5월이면 경로잔치를 열어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귀농한 청년들이라 농사에 의욕적이에요. 주로 쌀과 배추를 재배하는데,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인터넷 판매도 하고, 수도권에서 입소문이 나 직접 거래도 많이 하고요. 농촌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젊은 농민들이 많은 방법을 강구해나가야죠”

마을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도 부지런히 농사를 짓는 청년회원들 덕에 마을 내 땅이 타지역 사람들에게 팔리지 않을 정도다. 나이든 주민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해 땅을 내놓으면 외송리 젊은 청년들이 구입하기 때문이다. 농사도 짓고 마을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란다.

외송리는 65호 중 10호의 농가에서 절임배추 사업을 하고 있다. 모든 주민들이 절임배추 일을 돕다보니 일손 부족도 덜고, 주민들의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는 청년들이 힘을 합해 절임배추가 아닌 또 다른 특화사업을 시도해보는 게 박 이장의 꿈이다.

외송리의 기둥 청년회원들
마을 지키는 사명감으로 일해

최근 외송리 주민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주민들이 힘을 합해 지은 마을회관이다. 지난 1976년 새마을운동 당시 지어졌던 옛 마을회관은 노후가 심해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회관 신축에 필요한 비용은 1억 9000여만원. 군에서 5000만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회관을 짓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회관 신축비용을 내놓았고 타지에 사는 향우들도 힘을 보탰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지난해 50여평의 회관을 무사히 신축할 수 있었단다. 회관이 완성된 후에는 마을 독거노인들을 위해 보금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거노인 1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계세요. 이장을 찾으실 때면 언제고 달려가지만 세심하게 챙겨드리기 힘든 점이 있는데, 주민들끼리 도우며 생활하시니 그런 걱정은 한결 덜하죠”

아쉬운 건 보금자리 사업 노인들에게 나오는 지원금이 카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마트보다는 시장을 주로 찾다보니 카드 사용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서란다. 이 때문에 반찬이나 재료 등은 자체적으로 구매하고 지원금은 주로 난방비나 쌀값 등에 사용하는 상황이다. 박 이장은 노인들을 위한 정책인 만큼 조금 더 현실적인 방안이 있었으면 한단다.

외송리를 지탱하는 청년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박 이장. 어른공경과 마을 전통을 다음 세대까지 꾸준히 이어가는 게 목표다.

“귀농을 해보니 함께 어울리고 함께 일하는 게 시골의 재미더라고요. 청년들끼리 더욱 힘을 합해 주민 모두가 화합하는 즐거운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저작권자 © 해남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