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해요. 아이들이 모습, 말, 행동에는 이유가 있고, 그걸 파고들면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환경을 알게 되죠. 그래서 꾸준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 갖는게 필요해요”

마산 드리미 지역아동센터의 박정순(44)센터장은 보습학원을 운영했던 경력을 살려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그녀가 지역아동센터를 알게 된 것은 결혼 후 학원을 쉬면서 산이지역아동센터에서 2개월간의 봉사활동을 하면서다.

박 센터장은 아이들을 만난 후 고민 끝에 지난 2010년 남편의 고향인 마산에 드리미 지역아동센터를 열었다.

운영을 시작한 후 1년 7개월 동안 지원금을 받지 못했지만, 운영을 위해선 박 센터장의 인건비를 제하고도 매월 300여만원이 필요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돌아간 저녁과 주말까지도 쉬지 않고 과외를 하러 다니며 지역아동센터의 비용을 충당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고된 생활이 이어지다보니 건강이 크게 나빠졌고, 그만둬야 하나 싶은 고민까지 했었다. 하지만 드리미지역아동센터를 다니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단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지친 그녀에게 큰 힘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때리거나 말썽부렸던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을 다니며 다른 아이들도 돌보고 공부도 하려 하더라고요. 아이 아버지가 감사하다면서 모두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하시는데 정말 울컥하더라고요”

지금은 지난 2012년부터 지원금을 받게 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아이들의 급식비도 큰 폭으로 올라 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대우는 개선돼도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식은 달라지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박 센터장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가장 힘든 날은 스승의 날이다. 학원을 운영했을 땐 스승의 날이면 감사 편지를 받았었는데, 지금은 감사 편지 받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선생님이 아닌 보모로 인식하는 사회인식 때문이다.

5년차인 지금도 박 센터장의 운영비 자부담이 많다. 5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했지만 이사비용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올해 6월 빈 중대본부를 무상임대 받았는데, 건물만 있던 곳이라 1000여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화장실과 싱크대를 설치하고 도배·장판을 새로 했다. 보일러 공사도 해야 했지만 300여만원이 든다는 말에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도움으로 리모델링을 한거죠. 운영비 406만원으로 19명의 아이들 프로그램비며 운영비, 인건비를 전부 해결해야 하니 문고리 바꾸기도 벅차서 건물 보수는 꿈도 못 꿔요. 차량운행도 운영비에서 유류비 20만원을 책정하고 있지만 마을 간 거리가 멀다보니 모자라요. 나머진 자부담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지역아동센터 운영이 돈벌이가 될 거라고 오해하는 주민들이다. 무료로 운영하는 만큼 지원을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아이는 박 센터장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기까지 했을 정도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오해가 크다.

주민들, 지역아동센터 실상 알아야
아이들의 마음 치유가 급선무

드리미지역아동센터에는 5살부터 13세까지의 어린 아이들밖에 없다. 마산에 중·고등학교가 없어서다. 남학생이 많고 센터 앞마당과 바로 옆의 게이트볼장, 마산초 운동장까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소가 많아 활동량이 많은 놀이들과 프로그램을 자주 한단다.

하지만 프로그램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서 공유를 하는 것이다.

“다양한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마음의 상처도 제각각이에요.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그걸 파고들면 왜 그랬는지 환경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의 말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녀는 기초수급자·차상위 계층의 아이들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일반 가정의 아이들의 상처도 헤아려야 한다고 말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밝고 따뜻하게 자라는 아이가 있는 반면, 일반 가정으로 분류되지만 보호자의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상처를 가진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아이의 성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어떤 식으로 대하고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단다.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건 보호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요. 지역아동센터 행사나 심지어 학교 행사에도 관심없는 분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죠”

교육에 관심있는 보호자들은 아이들을 읍내 학교로 보낸단다. 해남읍과 마산 학군이 통합돼 주소지가 마산이어도 읍내 학교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아이들이 줄어드는 시골에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게 큰 걱정이다.

드리미지역아동센터가 운영되는 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고 싶다는 박 센터장. 아이의 참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오늘도 아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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