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은 드높고 구름 한 점 없는 평화로운 산이 학림리. 바람마저 잔잔한 지난달 26일, 어디선가 ‘탁 탁 탁’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의 근원지는 박옥순(70)할머니의 콩 타작소리다. 콩 중에서도 수줍은 연둣빛을 띠는 작은 알갱이, 녹두전으로 유명한 '녹두' 콩이다.

박 할머니는 녹두를 ‘귀찮은 작물’이라고 표현한다. 녹두알이 익는 속도가 달라 매일매일 따야하기 때문이다. 길게는 한 달 내내 따기도 한다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박 할머니의 손가락 길이만한 녹두를 일일이 땄다면 다음은 말릴 차례다. 볕이 나면 말리고 또 말리길 반복하면 까맣게 익은 녹두껍질이 돌돌 말리면서 녹두알을 뱉어낸다.

워낙 콩 껍데기가 가늘다보니 일일이 까기엔 품이 많이 든다. 막대기로 툭툭 쳐서 녹두알을 모으는데, 돌돌 말린 껍데기 때문에 미처 빼내지 못한 녹두알들이 많다. 이런 껍데기들은 새벽이슬을 맞혀 껍질을 반듯하게 편 후 빼내는 게 박 할머니만의 자그마한 비법이다.

“녹두는 마늘 캐고 나서 심으믄 딱 맞어야. 한 7월에나 심제. 녹두 메고 나면 마늘 심을 때 되고. 그란께 녹두 다 털고 마늘 심으믄 한창 가을이구나 싶어야. 올해는 녹두 한 되에 1만 2000원부터 1만원까지 하더라고. 다들 힘들다고 안 심는디 어째 가격은 점점 싸져. 중국산때매 그란가 모르것네”

올해 박 할머니는 100여평의 밭에서 녹두 서 말을 수확했다.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초반에 딴 녹두가 많이 썩어 걱정했는데 마지막으로 딴 녹두의 상태가 좋아 함박 웃음이 절로 나온단다.

귀찮고 손이 많이 가도 녹두를 심는 걸 그만두지 못하겠다는 박 할머니. 녹두 타작하는 소리가 가을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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