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내 선두리는 부창부수라는 말이 떠오르는 부부가 있다. 조인현(52)이장과 그의 아내 김영례(46)부녀회장이다. 마을 일에 대해 물으면 조 이장과 김 씨가 번갈아가며 척척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선두리 최고의 콤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선두리는 조 이장의 고향이다. 그는 우수영중을 졸업한 후 또래 친구들이 그러하듯 객지로 떠나 큰 꿈을 꿨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며 아내를 만났고, 선두리로 돌아가는 건 나이 지긋한 노인이 돼서야 가능할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처럼 18년 전 선두리로 돌아오게 됐다. 부모님의 일을 대신 정리하게 되면서 서울과 선두리를 오가는 생활을 하다 아예 눌러앉았단다.

선두리에 돌아와 개인 사업을 하면서도 마을과 지역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12년 의용소방대 소방방재청장 표창을 받았다. 마을 주민들과도 어울리다 보니 점점 안타까운 마을 실정이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은 객지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있는, 나이든 마을의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젊은 조 이장에게 마을일을 권유했고, 고향에서 뼈를 묻을 생각으로 흔쾌히 이장을 시작했다. 벌써 7년차 이장이다 보니, 3km 떨어진 작은 선두리인 장포마을 주민에게 일일이 서류를 안내하고 물품을 배달하거나 동네 주민들의 가전제품 AS기사가 되어드리는 등 봉사정신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였단다.

“동네 노인분들이 제 부모님 연배시다 보니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대부분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분들이기 때문에 저를 아들처럼 여기고 연락하는 분들이 많고요. 마을이 너무 고령화되어 있어 앞으로 어떤 선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아요”

문내에서 가장 큰 마을에 속했던 선두리지만 지금은 실 세대수 76호, 150여명의 주민들만이 남았다. 그 중 80%가 65세 이상 노인들로, 농사짓는 가구는 20여 호에 불과할 정도다.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높아져만 가고 마을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큰 걱정이라는 조 이장. 그는 선두리가 되살아나기 위해선 우수영항을 이용한 적극적인 관광연계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화 명량 이후 10배 이상 늘어난 관광객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울돌목을 방문한 관광객들을 마을에 숙박하게 하거나, 우수영항에서 배를 타는 등 관련 산업으로 연계되는 비율이 적어 안타깝단다. 강강술래보존회의 토요마당도 7~8회나 더 공연했을 정도지만 정작 지역경제 활성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오면 보여줄 수 있는 건 보여주고 얻을 수 있는 건 얻어야 하는데 지금은 보여주기만 하고 고스란히 진도에 뺏기는 상황이죠. 우수영항 홍보도 함께 해서 이용 빈도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수 년 전부터 추진돼오던 해안도로 사업 재개가 필요하단다. 우수영항으로 들어오는 길은 길 폭이 넓지 않아 관광버스가 드나들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노인들이 길을 가다 비켜줄만한 공간이 없을 정도여서 관광객을 늘리고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도로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안도로 사업, 도약위한 발판 될 것
법정스님 생가 복원 등 관광상품 개발

40여년 전만 해도 북적거렸던 어시장을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싶다는 게 조 이장의 꿈이다. 우수영항 앞에 싱싱한 수산물을 가득 담은 좌판들이 쫙 펼쳐지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관광객이 드나들 수 있는 기반과 연계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게 보탬이 되고 싶단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법정스님생가복원이다. 지난해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는 법정스님생가복원사업은 활성화되면 김남주·고정희 시인 생가처럼 축제를 열고 문화관광코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걸고 있다. 군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고 있어 사업 방향에 대한 주민 의견 통일이 최우선 과제란다.

“개인 사업에 농사까지 짓다보니 정신없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주민들이 좀 더 잘사는 선두리가 됐으면 싶어 여러 가지 고민도 하고 사업참여도 해요. 부족한 저도 열심히 노력 할테니 주민 모두 힘을 합쳐 선두리의 미래를 만들어나갔으면 합니다”

군민들부터 우수영항의 제주노선을 많이 이용해줬으면 한다는 조 이장. 끝까지 마을 발전에 대한 포부를 놓지 않는 모습에서 열정이 넘실거린다. 조 이장 부부가 선두리 발전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새로운 모습의 우수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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