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만안리는 산으로 한 폭의 병풍을 두른 듯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예전에는 아름다울 미(美)를 붙여 미세라고 불렸다.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서영남(50)이장. 운동선수처럼 다부진 몸매에 카리스마 있는 얼굴을 가졌지만, 마을 자랑을 할 때면 금세 미소를 머금는다.

올해로 4년차 이장을 맡고 있다는 서 이장은 자신을 전형적인 농사꾼으로 소개한다. 논 1만 6000평과 밭 7000평을 경작하기 위해 바삐 오가며 생활하고 있단다. 밭에는 양파와 배추를 주로 심는데, 절임 배추 가공까지 하고 있어 농사일에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일이 흔하다.

그런 와중에도 마을 일 살피는 건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100여명이 넘는 주민들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들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현산에서 제법 큰 마을로 소문났던 만안리지만, 지금은 주민수도 줄고 60여호 중 실제 농사를 짓는 호수가 20여호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하다.

고령에도 농사짓는 주민들을 위해 서 이장은 농로와 개거사업에 중점을 뒀다. 농사짓는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농사짓는 데에 불편함이 없게끔 개선하는 거라 생각했단다.

“논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홍수철 논이나 밭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하며 경운기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농촌의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젊은 이장이라 마을 개선에도 욕심이 많고요. 패기있는 이장이 되고 싶습니다”

여기에 상수도 고장 등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 나가는 듬직한 아들노릇까지 하고 있다. 부모님 연배인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현산에서는 처음으로 회관 앞에 운동기구를 설치하기도 했다. 연세가 많아도 건강하신 분들이 많아 다행이란다.

올해부터는 주민들이 힘을 합해 꽃상여를 메기로 했다.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다 떠나신 노인들을 위해서다. 대부분의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전통 꽃상여를 다시 시작하게 돼 뿌듯하단다. 올해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힘을 합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만안리는 옛날부터 노인공경심이 강한 마을이에요. 경로효친 시범마을도 했었고요. 지금까지도 노인공경 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어 위계질서가 잡혀 있는 편이죠. 돌아가시는 날까지 예의를 갖춰 모실 수 있다는 게 뿌듯해요”

상여메는 것을 주도하는 건 개발위원회와 올해 새로 조직된 청년회다. 바뀌는 시대에 맞추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사라졌던 청년회를 되살려 젊은 피를 한데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을 번영을 위해 모인 청년들은 꽃상여뿐만 아니라 마을 경관 가꾸기, 주민 친목도모 등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 중이다. 청년들이 마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주민들이 믿고 맡겨주셨으면 좋겠단다.

마을 부흥위해 다시 뭉친 청년회
맥 이을 젊은 사람 없는게 걱정

서 이장은 만안리의 터가 좋아서인지 인재가 많은 게 큰 자랑거리다. 지금도 K리그와 크로아티아리그에서 활약하는 고대우·고대서 형제나 판소리로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박수범군 등 젊은 인재들을 배출했단다. 또 30~40대의 젊은 귀농인들이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해 만안리를 찾고 있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크다.

타지에 있는 향우들과도 끈끈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 만안향우회가 활동 중인데, 매년 어버이날에 맞춰 진행하는 경로잔치에 후원금을 보내거나 직접 잔치를 열어 주민들을 대접하고 있어 큰 힘이 된다.

“타지에 있는 향우들이 언제나 마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다만 걱정인 건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만안리 친구들은 모두 객지에서 생활할 정도고요. 제 밑으로 마을의 맥이 끊어질까봐 걱정이 크죠”

젊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농촌이 될 때까지 우직하게 마을을 지키겠다는 서 이장. 올해도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보수공사를 신청해놨단다. 그는 이장일을 성실히 하다보면 만안리로 돌아오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고향을 지키고 사는 자부심 하나로 주민에게 봉사한다는 서 이장의 노력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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